삼성생명, 등기이사 보수 37%↑…전영묵·박종문 급여 확대
한화생명, 여승주 급여 13%↑…오너家 김동원 상반기 6억 수령
"허리 졸라맬 때라더니 직원 고혈 짜내고, 임원 급여 대폭 인상"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임금협상이 속속 마무리되고 있다. 평균 인상률은 4%대다. 하지만 4%도 부담스럽다던 몇몇 생보사들이 임원들에겐 막대한 연봉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향후 노사간 갈등 요인이 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빅3 생보사인 삼성생명, 교보생명보험 노사는 최근 각각 4.2%, 4.4% 수준의 임금 인상안에 대해 타협했다. 또 다른 빅3인 한화생명의 경우 아직 합의에 이르지 않았으나 삼성생명·교보생명 노사가 4%대에 타협을 본 만큼, 한화생명의 임금 인상폭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인상률은 노동조합측과 사측이 각각 제시한 안(案)의 중간 수준으로 파악된다. 노조에선 높은 물가상승률을 들어 7~8%대 인상폭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업황 부진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2~3%대를 주장했고, 양측이 서로 조금씩 양보해 4%대에서 악수를 나눈 것이다. 일례로 한화생명 노사는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0일 7차 실무대표교섭을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 노조 측은 8%, 사측은 2.8%의 인상안을 각각 들고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사측이 내세운 명분처럼 최근 생보업계의 실적은 신통치 않은 게 사실이다. 삼성생명의 2022년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2.43% 감소했고, 같은 기간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의 영업익도 각각 4.52%, 86.89% 줄었다. 이중 삼성생명, 교보생명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됐지만 이는 회계제도 변경(IFRS17)으로 인한 반사이익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한화생명은 2023년 상반기 영업익이 전년 동기보다 되레 반토막(55.87%↓)이 났다.

▲왼쪽부터 한화보증 사이트, 삼성보증 사이트, 교보보증 사이트보험 CI=각 사(社) 제공
▲왼쪽부터 한화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보험 CI=각 사(社) 제공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임원들의 연봉은 대폭 늘었다는 데에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각 업체가 공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삼성생명의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액은 2022년 상반기 4억200만 원에서 2023년 상반기 5억5100만 원으로 37.06%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전영묵 대표이사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3억9900만 원에서 4억4000만 원으로 늘었다. 상여금(설 명절)도 6700만 원에서 7300만 원으로 확대됐다.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박종문 자산운용부문장 사장이다. 박 사장은 올해 상반기 1억5200만 원의 상여금(설 명절+장기성과인센티브)을 받아 총 5억5200만 원의 연봉을 챙겼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의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액은 4억4800만 원에서 3억9000만 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는 김중원 전 부사장의 이탈(현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이사)에 따른 결과에 불과해 보인다. 실제로 여승주 대표이사의 연봉 총액은 지난해 상반기 5억9200만 원에서 올해 상반기 6억3900만 원으로 7.94% 늘었다. 상여금은 26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대폭 삭감됐지만 급여 항목으로 받는 보수가 12.76% 증가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미등기임원 1인 평균 급여액도 1억9400만 원에서 2억300만 원으로 확대됐다. 한화그룹 오너일가 삼형제 중 차남인 김동원 최고글로벌책임자 사장(미등기)이 가져가는 연봉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렸다. 김동원 사장은 지난해 한화생명으로부터 총 10억770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는데, 올해에는 상반기 기준으로 이미 6억2800만 원을 수령했다.

교보생명은 올해 상반기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액, 미등기 임원 1인 평균 급여액 등이 모두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5억34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던 신창재 대표이사 회장도 올해 상반기엔 5억 원 미만의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 6월 말 기준 교보생명이 5억 원 이상 보수를 지급한 임원은 박진호 부사장(미등기) 단 한 사람이다. 박 부사장은 2022년 상반기 6억200만 원의 보수를 챙겼으나 올해 상반기엔 격려금 등 기타 근로소득이 크게 줄면서 5억200만 원을 가져가는 데에 그쳤다. 다만, 상여금은 2억9100만 원에서 3억700만 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이와 관련, 노동계에선 이처럼 일부 생보사들이 실적 부진 가운데 직원 임금 인상엔 인색한 반면, 임원들에겐 많은 연봉을 챙겨준 것에 대해 문제 삼을 필요가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사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에겐 4%가 아니라 2%도 올려주기 어렵다던 회사가 오너일가를 포함한 임원들의 급여는 10% 이상 늘렸다. 다같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기라더니 직원들 고혈만 쪽 빼먹고 경영진들은 펑펑 돈을 받아 쓰고 있다"며 "앞으로 진행될 임단협(임금·단체협상)에선 이런 부분들을 사측에 반드시 강조해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보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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