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25일 '수주전 끝났는데…전면1구역서 불거진 매표 의혹, 조합 진상조사 착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최근 시공사 선정을 마친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정비사업 현장에서 매표(買票) 의혹이 뒤늦게 불거졌다고 보도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직원 명함(HDC현대산업개발 도시정비○팀 ■■사업소 ●●● 차장)을 갖고 있던 A씨가 시공사 선정 총회 하루 전인 지난 21일 HDC현대산업개발 홍보관에서 전면1구역 조합원 B씨에게 현금 1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고, 이에 조합이 진상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게 해당 보도의 주된 내용이다.
보도 직후 전면1구역 조합 측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제보한 조합원과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그 결과 정당하게 거래된 상품 대금을 매표행위로 오해한 것으로 판명됐다"며 "조합은 모든 사업 절차를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사실과 다른 악의적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의혹에 연루된 HDC현대산업개발 측도 "당사자가 오해임을 밝혔고 최초 제보된 확인서가 철회됐다는 조합의 확인절차까지 마쳤다. 앞으로 이 같은 허위사실 유포나 음해가 있으면 사업시공자로서 법적 조치를 불사하는 등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즉, 자신을 HDC현대산업개발 직원이라고 밝힌 A씨가 전면1구역 조합원 B씨에게 현금 봉투를 제공한 건 사실이나, 그 금품을 건넨 목적은 '매표'가 아니라 '상품 거래'임으로 매표 의혹은 오해에 불과한 데다, 돈봉투를 받은 당사자인 조합원 B씨가 본인이 조합 등에 제기한 제보를 스스로 철회했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조합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오해라고 항변하지만, 이번 사안이 정말 법과 원칙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일인진 의문이 든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씨가 상품 대금을 이유로 조합원 B씨에게 돈봉투를 건넨 건 사실로 보인다. 전면1구역 조합 부정행위단속반에 접수된 B씨의 확인서를 살펴보면 B씨는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이고, A씨는 선물세트를 선결제해 달라는 명목 하에 B씨에게 현금 100만 원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본인 스스로도 오해를 야기할 만한 행위라고 판단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A씨가 B씨에게 돈봉투를 제공한 정확한 장소는 HDC현대산업개발 홍보관 내 화장실이다. B씨의 주장에 따르면 A씨는 돈봉투를 건네기 직전에 당시 화장실에 함께 있었던 홍보관 안내 직원을 화장실 밖으로 내보냈다고 한다. 그리 당당해 보이진 않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오해라는 해명으로 끝날 만한 해프닝인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전면1구역 조합의 말대로면, 정비사업 수주전을 치르는 건설사 임직원, OS(홍보용역) 요원들이 가족·친지들을 데리고 조합원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찾아가 1000만 원어치 한우를 먹더라도, 이는 정당한 거래에 따른 상품 대금을 지급한 것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다. 건설사 관계자가 개인 차원에서 조합원이 대표로 있는 카페나 꽃집에 가서 커피·디저트·화환 등을 100만 원어치를 구매하더라도, 이를 매표행위라고 지적하는 건 오해일뿐이게 된다. 이게 과연 공정한 것인가.
이 같은 행태를 정치권 선거판에서는 이른바 '지역구 팔아주기'라고 부른다. 총선, 지방선거 등에 출마한 후보자 또는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일종의 선거운동 목적으로 지역구(선거구) 내 식당, 카페, 꽃집, 빵집 등을 집중적으로 방문해 음식을 팔아주고, 꽃다발과 케이크 등을 구매해 나누거나 돌리는 걸 뜻한다. 이는 대표적인 공직선거법 위반 사례다.
정비사업에 대해서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현행법에서는 정비사업 현장 내 홍보·선정 과정에서 사업자가 조합원, 토지 등 소유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제공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조합원은 물론, 그의 가족이나 지인 등에게 경제적 편익을 제공해도 마찬가지다. 건설사 관계자가 특정 조합원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행위는 개별 조합원에게 경제적 편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공정한 입찰 질서를 왜곡하는 위법적 행위로 분류될 소지가 있다.
오이밭에서 신발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번 돈봉투 사건은 누가 보더라도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만한 사안이라는 생각이다. 굳이 조합원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굳이 홍보관에서, 굳이 화장실에서, 굳이 안내 직원까지 내보내면서 선결제라는 명목으로 돈봉투를 건네지 않았더라면 불거지지 않았을 논란이다. 그런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순리다. 특히 수천억 원이 걸린 재건축·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는 더욱 그렇다.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해 놓고는, 오해라고 해명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이나, 정비사업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환경에서의 이 같은 해명은 오히려 내부·외부 관계자들의 신뢰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애초에 의심받을 일을 만들지 않는 게 기본이다. 그것이 책임 있는 사업자로서의태도다. [보증 사이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