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 부문에서는 설비 투자 및 리스크 평가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중략) 이 같은 대응 체계를 바탕으로 10년 연속 무재해 기록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관한 제1회 안전문화혁신대상에서 대기업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넥센타이어가 '2024~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G보고서) 발간한 소식을 알리기 위해 지난 16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의 일부다. 넥센타이어는 해당 자료를 통해 '10년 연속 무재해'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보도자료 상단에 '10년 연속 무재해 안전 사업자 달성'이라는 부제목을 기재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고용노동부 자료, 넥센타이어의 자체 통계 등을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넥센타이어가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재해'라고 불릴 만한 사고가 터진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바다 건너 사업장에선 '재해'로 판단되기 충분한 사고가 최근 10년 내 분명 발생했다.

넥센타이어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준공한 유럽 전진 생산 기지인 체코 공장에서는 2018년 말 한국 노동자 1명이 4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넥센타이어의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면서 월급을 받았지만,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었다. 때문에 해당 사고는 산업재해 통계 밖에서만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부 자료에서도, 넥센타이어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그의 죽음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가 없다.

2022년에는 같은 공장에서 타이어를 보관하는 팔레트에서 불이 나 2명이 다치는 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이중 1명은 중화상을 입어 헬리콥터로 병원에 실려가야만 했다. 현지 소방서는 공식 보고서를 통해 해당 화재 사고에 대해 '1명이 화상을 입었고 1명이 연기를 흡입했다. 이 과정에서 21명이 대피했다'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넥센타이어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상에는 이 사고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3개월 이상 요양 필요한 부상자 동시에 2명 이상 나와야 중대재해로 분류해서다.

▲넥센보증 사이트 측이 2024~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소식을 알리기 위해 배포한 보도자료(위), 넥센보증 사이트의 2024/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중 일부 캡처=보증 사이트
▲넥센타이어 측이 2024~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소식을 알리기 위해 배포한 보도자료(위), 넥센타이어의 2024/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중 일부 캡처=보증 사이트

통계적·법적 기준은 복잡하지만 무재해를 판단하는 상식적 기준은 단순하다. 모든 현장 내에서 모든 인적 피해가 없어야 한다. 정규직, 비정규직, 용역, 외주, 개인사업자, 국내, 해외 등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넥센타이어의 체코 공장에서 2018년 사망한 노동자는 개인사업자였고, 2022년 화재 부상자는 국외 생산라인 노동자였다. 그럼에도 통계와 법의 기준에 따른 선택적 범위 설정으로 인해 재해는 0건이 됐다.

앞서 본 홍보자료와 같이, 현재 넥센타이어는 10년 연속 무재해를 기업문화로 내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도 '지난 10년간 중대재해 없이 업계 평균보다 낮은 산재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넥센타이어에게 묻고 싶다. 10년 연속 무재해의 주어는 누구인가.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다 숨진 개인사업자, 자신들이 핵심 생산 기지라고 자평하는 공장에서 중화상을 입는 해외 노동자는 주어에 포함될 수 없는가. 설사 통계적·법적 기준상 그렇다고 해도 10년 연속 무재해라는 타이틀을 스스로 앞세워 홍보하는 건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보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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