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리스크에 노출된 건설사들을 돕는 모습을 보였던 메리츠금융그룹의 재무구조에 최근 경고등이 켜진 눈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0월 중순부터 메리츠화재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해 영업현황, 재무건전성 등을 살필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메리츠화재의 부동산 PF 대출 관련 익스포져(위험 노출 비중·금액)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는 메리츠화재를 비롯한 메리츠금융그룹의 부동산 리스크가 타 금융사 대비 높은 수준이라는 보편적 시각 때문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메리츠금융지주를 통한 지배구조 아래 보험, 증권, 캐피탈 등 자회사들의 부동산 금융 전문성을 앞세워 급성장한 기업이다. 이 같은 기조는 코로나19 사태 속 부동산 시장 활황기부터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메리츠화재의 부동산업·임대업 대출금은 2020년 3월 3조6784억 원에서 2023년 3월 8조5748억 원으로 133.11% 늘었다. 메리츠증권은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후에도 국내 건설업계에서 PF·분양 위험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건설사들과 손을 잡고 있다. 일례로태영건설과는 총 사업비 6조3000억 원 규모 경기 성남 백현 마이스 도시개발사업을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 중이다.
유동성 위기에 처해 절박한 업체들을 향해 손을 내밀어 협업을 제안하거나 고금리에 돈을 빌려주되, 양질의 주식·지분 등을 담보로 잡아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세워 수수료 등 수익을 챙기는 전략으로 읽힌다.

문제는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물가·고금리 현상이 지속돼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메리츠금융그룹의 이 같은 사업구조가 밑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데에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1일 공개한 메리츠금융그룹 분석 보고서에서 "안정적인 사업 기반과 부동산 금융 전문성을 바탕으로 우수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올해 상반기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 PF 영업 자산의 부실 확대로 인해 건전성 지표가 저하되고 있다. (건전성 지표 저하 현상은) 상당 부분 캐피탈에서 발생했지만 증권의 채무보증 관련 금액까지 합산할 경우 증권의 부담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한신평은 메리츠화재에 대해선 '부동산 PF의 연체 확대 가능성', 메리츠증권의 경우 '요주의이하여신(1~3개월 연체 여신)·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 여신) 비율 증가 등 국내 부동산PF 부실에 따른 자산건전성 저하세', 메리츠캐피탈은 '저성과 본PF와 일정 지연 브릿지론 현장발(發) 부동산 PF 리스크 확대' 등을 각각 경고했다.
실제로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살펴보면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의 부동산업·임대업 대출채권 연체 금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1672억2600만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1.20% 확대됐다. 또한 메리츠증권은 대출금에 대해 설정한 대손충당금(회수 불가능 등 대출채권과 관련해 입을 수 있는 손실을 예상해 평가하고 비용처리한 금액, 연결기준)이 2022년 6월 말 1667억8265만 원에서 2023년 6월 말 1898억9537만 원으로 13.86% 증가했다.
이와 관련, 한신평 측은 "메리츠금융그룹은 부동산 총 익스포쳐를 다소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랜 기간 부동산 금융 부문에서 쌓아온 영업 지위를 감안할 때 부동산금융그룹이 부동산 금융 부문을 빠르게 약화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다만, 부동산 경기 저하로 인한 건전성 저하세로 공격적 신규 취급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메리츠증권을 메리츠금융지주 밑으로 둔 건데,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오히려 증권·캐피탈 부문 부동산 리스크가 보험 부문으로 자연스럽게 전이되는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