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건설산업 이권 카르텔 세력의 끈끈함과 질긴 생명력을 확인했다. 이대로 방치하면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현장에서 철근이 빠진 건 한 단면에 불과하다. 이번에 뿌리까지 완전히 뽑아내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이권 카르텔과의 전쟁에 임하겠다."

지난 8월 7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신의 SNS에 게시한 글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이후 '건설 카르텔'을 운운하며 부실시공 논란을 야기한 건설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출신 인사들이 포진한 전관 업체를 연일 압박했다. 원 장관은 "책임을 물어야 되는 모든 관계자들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하고, 국토부는 LH 발주 사업장 무량판 구조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압박 수위도 높았다. 하지만 이 같은 중앙정부의 기조와는 상반된 모습들이 일선 현장에서 목격되고 있다.

5일 남양주도시공사는 '남양주 센트럴49 개발사업 건설공사'의 새로운 시공사(우선협상대상자)로 D건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경기 남양주 평내동 일원에 지하 5층~지상 최고 49층, 3개동, 540세대 규모 공동주택과 상업시설, 부대복리시설, 주차장, 문화집회시설 등을 짓는 민관합동 프로젝트다. 당초 시공사는 K건설이었는데, 시행사인 센트럴엔49피에프브이(남양주도시공사와 부산은행 컨소시엄이 사업 추친을 위해 설립한 PFV)와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 약정 조건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해 계약을 해지했다. 구체적으로 남양주도시공사는 HF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받아 사업비를 융통하려 했으나, K사(社)는 HF가 제시한 보증 조건인 책임준공, 자금보충 확약 등을 거절했다.

남양주도시공사 측은 "D건설사의 신용도가 K건설사 대비 한 단계 높아 PF 자금 조달에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D사의 투자심사와 센트럴엔49피에프브이의 이사회의 거쳐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며 "공사도급계약 해지를 포함한 각종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시행사와 긴밀하게 협조해왔다. 지난 8월부터 대체 시공사 입찰을 진행하는 등 우선협상대상자군을 확보했었다.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센트럴N49 개발온라인 도박 개요=남양주도시공사 홈페이지 캡처
▲센트럴N49 개발사업 개요=남양주도시공사 홈페이지 캡처

의문이 든다. 남양주도시공사와 시행사가 과연 어떤 기준과 평가항목을 갖고 총 사업비가 4000억 원 이상(공사비 1400억 원 이상)이 될 민관합동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D사에게 제공한 건지 말이다. D사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에 연루돼 지난달 15일 국토부와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받은 업체다. 국토부는 '영업정지 8개월(토목건축공사업)' 행정처분에 대한 사전통지서를, 서울시는 '안전점검 불성실 수행: 영업정지 1개월(토목건축공사업)'과 '품질시험 불성실 수행: 영업정지 1개월(토목건축공사업) 또는 과징금 2000만 원' 행정처분에 대한 사전통지서를 각각 D사에 발송한 바 있다.

더욱이 D사는 최근 검단신도시의 또 다른 LH 발주 사업장에서 아파트 외벽 철근 누락 논란을 야기한 기업이기도 하다. 해당 단지에선 전체 13개동 중 4개동의 6개 지하 벽체 부분 내 철근이 50% 가량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LH는 이 같은 사실을 진작에 파악하고도 입주예정자들에게 이를 고지하지 않은 채 보강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이에 원 장관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6일 'LH 외벽 철근 누락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기본적인 부분에서 이런 실책이 벌어진 것을 국민이 용납할 수 없을 거다. 시공 과정에 있는 공공주택에 대해 전국적으로 일제히 점검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물론, 이해할 만한 대목도 있다. 남양주 센트럴49 개발사업은 지역민들의 숙원사업임에도 그간 여러 문제들로 인해 착공이 상당히 지연됐다. 남양주도시공사와 시행사로서는 서둘러 사업비를 마련해 어떻게든 첫 삽을 뜨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D사는 아마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것이며, 원청업체가 같더라도 다른 지역, 다른 현장에서 다른 하청업체, 다른 사람들이 진행하는 사업이라면 부실시공 등 논란이 불거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을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아직 철근 누락 사태는 수습 국면에 접어들지 못했고, '모든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약속도 미완 상태다. 심지어 남양주 센트럴49 개발사업은 민간이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라 관(官)에서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사업비 대부분이 민간에서 조달되는 방식이나, 국민이 낸 세금을 기반에 깔고 진행하는 개발사업이다. 이런 사업의 시공권을 불과 3주 전 영업정지 처분 사전통지서를 수령한 건설사에게 주는 걸 보고 어떤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는가.

이는 남양주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달 12일 세종 지역의 한 비행장 통합이전 건설공사를 철근 누락 건설사(양주회천 A15블록 현장)중 하나인 H사에게 맡겼다. 한국전력공사는 부산 오페라하우스 부실시공 논란을 야기한 H중공업에게 지난 8월 신가평변환소 토건공사 시공권을 줬다.

중앙정부에서 아무리 용을 써도 지방정부와 각 기관들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건설 카르텔 혁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정이 이뤄지도록 모두가 힘써야 할 것이다. [온라인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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