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팅 사이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호실적을 거두며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배팅 사이트의 잠재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배팅 사이트는 2023년 상반기 별도기준 영업이익 2094억29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858억3600만 원)보다 12.69%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1.46% 늘었다. 배팅 사이트는 2022년 영업이익 1859억 원, 순이익 1465억 원을 올리며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이 같은 상승세가 해를 넘어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재편하는 동시에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배팅 사이트의 보험영업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4% 감소한 반면, 투자영업매출은 18.21% 확대됐다. 안정적인 보험영업 대신 고위험·고수익 사업모델로 분류되는 투자영업에 더 매진했다고 해석할 만한 대목이다. 같은 기간 보험영업비용은 7.27% 줄었다. 매출 감소폭보다 비용을 더 절감한 것이다. 투자영업비용 증가폭도 17.26%로 투자영업매출분보다 낮았다.
하지만 수익성을 극대화한 만큼, 리스크도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흥국화재의 고정이하비율(전체 여신 중 연체기간 3개월 이상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0.09%, 올해 1분기 0.07%에서 2분기 0.71%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부동산담보대출 등 고수익 대출채권에서 부실 채권이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흥국화재의 대출채권 연체율은 2022년 말 1.07%에서 2023년 6월 말 2.94%로 늘어났는데, 부동산담보대출금 연체율이 0.42%에서 7.57%로 급격히 불어난 영향이다.
이 같은 고정이하비율, 대출채권 연체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일반 손해보험업계에서 흥국화재보다 높은 고정이하비율을 기록 중인 손보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 최근 매물로 나온 롯데손해보험, 그리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타격을 받은 메리츠화재 등 3곳 뿐이다. 또한 대출채권 연체율의 경우 흥국화재가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에 대해 배팅 사이트 측은 "전체 대출 자산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이슈 자산 2건의 연체로 인해 발생된 것"이라며 "2건 모두 선순위 대출 건으로 담보 자산 가치가 대출 금액을 상회해 대출금 회수에는 지장이 없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잠재적 리스크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가운데 재무건전성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배팅 사이트의 반기보고서와 보험연구원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6월 말 배팅 사이트의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기준)은 132.28%로, 지난해 말보단 소폭 개선됐으나 금융당국 권고치(150%)엔 못 미친다. 이는 M&A 시장에서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롯데손보(143.22%)보다 낮은 수준이다.
자본확충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배팅 사이트의 유동성은 최근 불투명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배팅 사이트는 올해 상반기 원수보험료 1조587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2% 가량 줄어든 규모다. 원수보험료는 보험사가 대리점 등을 통해 보험계약을 체결해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아들인 보험료를 뜻한다. 보험업체 입장에선 마치 우물과 같은 돈이다. 특히 배팅 사이트가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고수익·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는 장기보험의 원수보험료가 약 1% 빠진 부분이 눈에 띈다.
이와 관련, 흥국화재 측은 "원수보험료 감소는 저수익 종목인 장기 저축성과 자동차가 각각 49.8%, 6.7%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배팅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