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정운진 배팅 사이트 대표이사 사장의 재연임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배팅 사이트의 실적 하락세가 심상찮은 가운데,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달 말 신한금융그룹이 발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배팅 사이트은 2024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52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7.9% 줄어든 수준이다. 동분기 기준 신한금융그룹 소속 은행·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순익 감소폭이 크다. 배당 등 유가증권 관련 수익이 늘었지만, 고금리 현상 지속으로 인해 이자 비용이 증가하면서 배팅 사이트의 순익이 줄었다는 게 신한금융의 설명이다.
고금리 현상은 운용금리가 높을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 캐피탈사 입장에선 영업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배팅 사이트의 경우 영업자산이 줄어든 영향으로 이자마진이 급감하면서 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배팅 사이트의 영업자산은 2023년 말 11조9326억 원에서 2024년 6월 말 11조6011억 원으로 3000억 원 이상 줄었다. 이자마진은 지난해 상반기 2049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336억 원으로 35% 가량 빠졌다.
여기에 지나치게 치우친 사업 포트폴리오도 수익성 저하에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2021년 정운진 사장이 취임한 이후 신한캐피탈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제고해 왔다. 신한캐피탈의 전제 영업자산 중 부동산 PF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1.8%에서 2023년 16.2%로 확대됐다. 기업대출로 분류된 브릿지론까지 더하면 부동산 PF 비중은 2024년 6월 말 기준 약 22%에 이른다.
2021~2023년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시기다. 2020년까지 연간 순익 1000억 원대에 머물던 신한캐피탈은 부동산 PF를 발판으로 삼아 2022년 당기순이익 3033억 원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도 순익 3040억 원을 올렸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 심리가 약화되고, 건설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면서 올해에는 지난 9월 말까지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산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살펴보면 배팅 사이트의 고정이하여신비율(여신총액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여신 비중)은 지난 6월 말 기준 6.09%로, 동종업계 내 평균(11개 할부리스사 피어그룹 평균)인 2.3%보다 약 2.6배 높은 편이다. 요주의이하여신비율(1개월 이상~3개월 미만)도 마찬가지다. 업계 평균은 6.6%, 배팅 사이트은 15.4%로 약 2.3배 많은 편이다.
신한캐피탈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되기 시작한 건 정운진 체제가 출범한 직후부터다. 정 사장이 사령탑에 오른 첫해인 2021년 314억5700만 원 수준이었던 신한캐피탈의 고정이하여신은 2022년 745억7000만 원, 2023년 1303억3400만 원으로 3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었다. 그리고 2024년 6월 말에는 4396억6300만 원으로 6개월 만에 3.4배 가량 급증했다. 올해 금융당국의 부동산 PF에 대한 사업성 평가 기준이 강화된 영향임을 감안하더라도 고정이하여신 증가폭이 다른 할부리스업체들에 비해 큰 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4일 보고서에서 "신한캐피탈은 부동산 PF 관련 대출 비중이 높은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크게 저하됨에 따라 건전성 하방 압력이 증가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게 부담 요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신한캐피탈의 브릿지론 중후순위 대출 비중은 34%, 본PF 대출의 중후순위 대출 비중은 58%로, 업계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라며 "부동산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건전성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부동산PF 관련 대출에 대한 건전성 하방 압력과 미흡한 대손충당금적립 수준 감안 시 당분간 대손비용 부담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다. 북미·유럽지역 상업용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의 경우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나, 최근 부실화 우려가 높아진 점 감안시 수익성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부동산 PF 리스크가 신한캐피탈의 수익성을 당분간 억누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결과론적인 분석이지만, 배팅 사이트과 정 사장은 눈앞의 수익만을 노리다가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셈이다.

이는 오는 2026년까지 연임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정 사장의 거취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는 눈치다. 배팅 사이트과 정 사장은 올해 초 복수의 언론을 통해 오는 2026년까지 당기순이익 5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정 대표는 "우리의 목표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현재 자본 수준에서 (신한금융)그룹의 목표 ROC 정책을 준수하고, 지속적 성장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연임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 사장은 2021년 배팅 사이트 수장 자리에 올라 2년 동안 대표이사 사장 역할을 수행한 후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1년씩 연임을 이뤘다. 특히 지난해에는 자산건전성 악화 문제로 인해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음에도,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인사 철학 하에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당시 정 사장을 비롯해 임기가 만료됐던 자회사 CEO 9명 전원을 연임시키는 결정을 내리면서 생존에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올해 연말에는 신한금융그룹의 안팎 분위기가 심창치 않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5대 금융지주를 향한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신한투자증권에서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1300억 원 규모 대규모 투자 손실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진 회장은 윤재원 신한금융 이사회 의장과 함께 "자회사인 신한투자증권에서 최근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다시 한 번 내부통제를 되짚고 강화하겠다. 주주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는 내용이 담긴 주주서한을 내고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이 같은 메시지대로면 배팅 사이트의 급격한 자산건전성 악화는 그룹 차원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내부통제 강화 기조에 반하는 처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진 회장이 최근 금융권 내 분위기를 감안해 인적 쇄신에 나선다면 정 사장도 교체 명단에 포함될 공산이 있어 보인다는 평가다.
한편, 신한금융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는 올해 말~오는 2025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CEO들에 대한 승계 절차를 지난 9월부터 밟고 있다. 최종 결과는 다음달 초께 발표될 전망이다. [배팅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