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엘지 에너지솔루션)과 GM(지엠, 제너럴모터스)의 전기자동차 배터리팩 생산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 LLC)가 농심그룹 계열 율촌화학에 조(兆)단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위축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31일 농심그룹 지주사인 농심홀딩스는 '단일판매·공급계약해지(자회사의 주요경영사항)' 보고서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하고 자회사인 율촌화학이 얼티엄셀즈로부터 'LIB 제조용 Aluminum Pouch 공급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해지 금액 규모는 10억4202달러(2022년 9월 최초 계약 체결 당시 환율 기준 1조4872억 원)다.
얼티엄셀즈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함께 설립한 자동차전지 제조 및 판매업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현지 자회사인 'LG Energy Solution Michigan Inc.'을 통해 얼티엄셀즈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주간 약정에 의해 얼티엄셀즈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과반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있다. 율촌화학은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의 쌍둥이 동생인 신동윤 회장이 직접 운영하는 업체다. 지분 구조는 농심홀딩스 31.94%, 신동윤 19.36% 등으로 구성됐다.
관련 업계에선 이번 계약 해지에 대해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애초에 율촌화학이 LIB(리튬 이온 배터리)용 알루미늄 파우치 시장에 진출했던 배경에 LG에너지솔루션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서다.
실제로 2022년 9월 계약 체결 당시 양사는 "율촌화학의 파우치 필름 국산화 성공 배경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전폭 지원이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성형 파우치 관련 설계 및 기술 지원, 연구개발(R&D) 인력 파견 등을 통해 율촌화학을 지원했다"며 "초기 일반 파우치 필름 개발에 집중했던 율촌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권유로 고성형 파우치 필름 개발로 전환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계약 체결 이후에도 대외적으로 배터리 소재 부품 국산화, 국내 중소·중견기업 내실화 지원의 대표 사례로 율촌화학과의 협력을 종종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얼티엄셀즈가 율촌화학과의 계약을 해지한 건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최근 급속히 둔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24일 공개한 'K-배터리' 관련 보고서에서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시장 내 전기차 판매량이 당초 전망치보다 9~12%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연비 규제 폐지 등 정책 변화로 인해 전기차 판매량이 추가로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 같은 부분을 이미 인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제시했던 '장래사업·경영계획(공정공시)'을 이달 25일 정정하고 2024년 매출 목표를 기존 '전년 대비 +Mid-single% 성장'에서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로 변경했다. 또한 얼티엄셀즈는 오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미시간주에 짓고 있는 제3공장 건설을 최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선 계약 규모가 제법 큰 데다, 농심그룹 오너일가인 신동윤 회장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 만큼, 후폭풍이 상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신 회장은 율촌화학을 중심으로 쌍둥이 형인 신동원 회장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전략(계열분리)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에 이번 계약 해지가 더욱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율촌화학 측은 "계약 상대방(얼티엄셀즈)의 요청에 따른 계약 해지"라며 "법률 검토 후 대응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토토 배팅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