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츠증권의 한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보고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5일 '영일만 친구'라는 제목의 '데일리 마감 시황' 보고서에 "엑트지오 대표가 입국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관련 기자회견을 할 예정(6월 7일). 한국인이 좋아하는 빠른 속도의 피드백과 히딩크를 닮은 관상으로 사기꾼이 아닐 확률 상승"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이 소식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선 메리츠증권을 향한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주식 종목토론방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유머게시판에서 봄직한 가벼운 내용을 어떻게 증권사 리포트에 넣을 수 있느냐', '데이터가 아니라 관상으로 주식 분석을 하느냐'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정말 메리츠도박 게임은 '히딩크 관상학'을 설파하려는 의도였을까. 해당 보고서를 쓴 애널리스트는 정말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대표를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한 걸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누리꾼들의 반응에서 보듯, 이는 삼척동자가 읽어도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판단할 만한 내용이다(심지어 두 사람은 별로 닮지 않은 것 같다). 요즘 도박 게임가에선 많은 사람들에게 투자 정보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리포트를 가볍게 쓰는 경향이 짙다. 문제가 된 문구는 해당 보고서를 마주한 독자들이 가장 먼저 읽게 되는 맨 첫 문단에 위치해 있다. 도박 게임사 보고서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게 메리츠도박 게임의 목적이었다면 대성공(?)이다.
나아가 기자는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메리츠도박 게임 애널리스트에게 '풍자'의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다. 풍자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빗대어 비웃으면서 씀'(표준국어대사전)이다. 사회적 문제들을 꼬집고 조롱하면서 현실을 비판하는 동시에, 그 비판을 목격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다. 도박 게임사 보고서에선 특정 이슈, 특정 기업이나 인물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 어렵다. 비판의 강도가 높으면 자칫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리포트가 작성된 시점은 석유 시추 발표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가 보인 행보와 액트지오라는 업체에 대한 시장 구성원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을 때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문구를 보고서에 담음으로써 이를 풍자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가볍게 투자 정보를 전달하거나, 현실을 꼬집으려는 게 진의였다면 결과적으로 메리츠도박 게임은 실패했다. 메리츠도박 게임과 애널리스트는 간과한 것이 두 가지 있다. 우선, 포항 영일만 석유 시추 이슈를 향한 국민 관심이 무척 높다는 걸 간과했다. 당장 석유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데에만 수천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사안이다. 동해 바다에 세금을 버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일이다. '관상', '히딩크'를 운운하면서 가볍게 전달할 만한 정보가 아니라는 의미다. 또한 풍자였다면 수준이 너무 처참했다. 풍자라는 건 어느 누구라도 풍자의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분명하게 꾸며야 하고, 풍자를 접한 이들이 조소와 냉소를 짓게 해야 한다. 그러나해당 리포트에 담긴 내용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난다는 반응을 유발했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명예훼손, 모독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안타깝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증권사 보고서는 다시 보수적으로 작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애널리스트들이 재미있고 유쾌하게 쓴 내용은 앞으로 당분간 각 업체 내부 승인 과정에서 수정·삭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이미 해당 리포트 내 문제가 된 문구를 모두 삭제 조치한 상태다. [도박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