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하림간 HMM(흠) 매각을 위한 협상이 결렬됐다. 최근 산업은행이 주도한 기업 구조조정에서 지속적으로 잡음이 불거졌던 만큼, 업계에선 산업은행 책임론이 대두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하림·JKL컨소시엄은 전날 자정까지 7주에 걸쳐 HMM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최종 결렬됐다. HMM 인수가 무산된 데 대해 하림 측은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최종적으로 거래협상이 무산된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하림이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의 '5년간 주식 보유 조건'을 예외로 해 달라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는 만큼,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JKL파트너스의 주식 보유 요건은 완화해 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양측은 이 부분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HMM 도박은 끝내 무산됐다.
시장에선 예측 가능했던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매각 작업 초기부터 하림이 HMM 인수 자금을 제대로 조달할 능력이 있겠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 재무적 투자자로서 하림의 우군이 된 JKL파트너스가 빠른 이익 실현을 꾀하는 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상당했음에도 산업은행은 HMM 매각을 강행했고, 마땅한 대비책도 수립하지 않고 협상에 나서 매각 실패라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HMM 매각 추진 과정에서도 이 대목에 대한 비판이 존재했다. HMM 노조는 지난해 12월 성명을 내고 "산업은행이 HMM 매각을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다는 지금의 해운업 하락기를 HMM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 경쟁력은 있는지 가늠하는 게 우선인데, 산업은행의 이번 결정은 돈 될 때 팔아서 투자금을 회수겠다는 졸속 매각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꼬집은 바 있다.

더욱이 산업은행이 최근 수년간 진행한 기업 구조조정 작업은 모두 깔끔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KDB생명보험이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6차례나 시도했지만 인수 협상에 나섰던 하나금융그룹, MBK파트너스 등이 연이어 협상 테이블에서 빠지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KDB생명의 재무구조 문재가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향후 매각을 재추진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놓였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산업은행의 매각 전략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부분이다.
또한 현재 유럽, 미국 등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 절차에 돌입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간 합병의 경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산업은행이 지원해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 회장이 누나인 조현아(조승연) 전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에 들어갔을 때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을 명분으로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수천억 원 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하면서 사실상 조 회장의 우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과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 2021년 중흥건설그룹과의 대우건설 매각 당시에도 산업은행은 밀실 매각, 특혜 의혹을 야기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특히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선 중흥건설그룹이 매각가가 비싸다며 인수에 난색을 표하자 산업은행 측이 재입찰을 진행해 상당한 논란이 됐다. 두 사안 모두 현재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회사 사정에 맞게 매각 계획을 촘촘하게 수립하고 주도면밀하게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국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전략을 세우고, 산은자체적인 건전성 회복에만 혈안이 돼 매각을 밀어붙이다 보니까 계속 잡음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HMM 매각 실패에 따른 산은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마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때 집중적으로 지적을 받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도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