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 비씨카드(BC카드)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진 눈치다. 그를 영입한 구현모 전(前) KT(케이티) 대표이사가 퇴진하고 김영섭 체제가 출범한 데다, 실적 부진이라는 교체 명분까지 생겨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달 중 비씨카드를 비롯한 계열사 대표이사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김영섭 전(前) LG CNS(엘지 씨엔에스) 대표가 신임 KT 사장으로 임명된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사장단 인사인 만큼, CEO들이 대거 물갈이될 공산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실제로 KT는 지난달 30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임원 수를 대폭 축소했으며, CFO·CSO·CHO 등을 김영섭 대표이사 직속으로 편제했다. 또한 구현모 전 대표가 만든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을 해체시켜 전임의 흔적을 지웠다. '김영섭의 KT'를 구축하고, 사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인사로 풀이된다.
때문에 업계에선 최원석 비씨카드 대표이사의 교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 대표는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21년 3월 구 전 대표의 부름을 받아 비씨카드 사령탑에 앉은 인물이다. 2023년 3월 기존 임기가 만료됐던 그는 올해 초 구 전 대표가 물러났음에도 연임(1년)에 성공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구 전 대표 측근인 윤경림 전 사장이 KT 대표로 내정됐다가 사퇴하고, 지난 8월 김영섭호(號)가 본격 출범하면서 그의 거취가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거론한 김영섭 대표 취임 후 첫 임원 인사에서 윤석열 정권 사람들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대거 KT에 합류한 점도 이 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대선 후보 캠프 홍보단장을 역임한 임현규 부사장이 경영지원부문장 자리에 올랐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특검보를 맡아 윤석열 대통령과 합을 맞춘 바 있는 이용복 변호사가 법무실장으로 임명됐다.

실적 부진이라는 확실한 교체 명분도 있다. 비씨카드는 2023년 3분기 누적 연결기준 영업이익 746억4586만 원, 당기순이익 695억9959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익은 13.57%, 순익은 48.22% 각각 감소한 수준이다. 미국발(發) 고금리 현상 장기화에 따른 금융 부담 확대, 고환율로 인한 외화 관련 손실 급증 등으로 인해 영업비용과 영업외비용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올해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은 카드사는 비씨카드뿐만이 아니다. 업황 자체가 악화됐다. 문제는 비씨카드의 경우 최 대표가 취임한 이후 자산건전성에 금이 갔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수익성 확대를 위해 자체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쳤다. 개인신용대출과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을 늘렸다. 결과적으로 이는 치명적인 악수가 됐다. 지속된 경기 침체로 개인신용대출 연체율이 뛰고,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브릿지론이 흔들린 것이다. 특히 올해 3월 최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 이후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자체사업 관련 자산건전성 저하로 2023년 9월 말 기준 (비씨카드의) 자산건전성 지표가 저하됐다. 일시적 카드 자산 확대에 따른 모수 효과를 고려했을 때 실질적인 건전성 저하폭은 높은 수준"이라며 "개인신용대출 연체율이 2022년 말 4.7%에서 올해 9월 말 8.0%로 상승했고, 브릿지론 3건(750억 원)이 만기 연장 사유로 요주의로 분류되면서 요주의이하여신비율 상승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KT는 최근 금융 계열사인 케이뱅크(K뱅크)의 새로운 수장으로 최우형 전 BNK금융지주 디지털·IT부문장을 내정한 바 있다. 전임인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실적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연임에 실패했다. 최 대표의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 중 하나다.
물론, 변수는 있다. 비씨카드는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이고, 케이뱅크의 IPO(기업공개) 성공은 KT그룹의 숙원 중 하나다. 이미 케이뱅크의 CEO가 교체된 상황인 만큼, 안정적이고 원활한 상장 작업 지원을 꾀하기 위해 KT가 비씨카드의 사령탑을 그대로 유지하는 결정을 내릴 여지가 있다.
최 대표가 몇 안 되는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출신이라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서울대 국경은 1985년 무역학과에서 이름을 바꾼 후 1995년 경제학과와 통합돼 10년 동안만 존재한 학과로, 동문간 연이 끈끈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서울대 국경 출신 인사들을 중용해 왔다.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정책총괄 간사를 역임한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현 정권 1기 내각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얼마 전까지 차기 금융위원장 유력설이 돌았던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최근 대통령실 신임 경제수석으로 임명된 박춘섭 전 금융통화위원 등이 대표적이다. [토토 배팅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