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엘에이치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진=엘에이치 한국토지주택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엘에이치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최근 수년간 중대재해를 반복해서 야기해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건설사에게 수천억 원 규모 일감을 줬다. SGC이테크건설은 LH가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한 '경기 군포 대야미 A-2블록 아파트 건설공사 1공구'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고 11일 밝혔다. 해당 사업 규모는 약 3000억 원(SGC이테크건설 지분 55%, 1500억 원)으로, LH의 종합심사낙찰제가 시행된 2016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번 사업을 수주한 SGC이테크건설은 2021년 4월 대구 죽전역 아파트 건설현장 사망사고, 2021년 12월 인천 서구 원창동 물류센터 건설현장 사망사고, 2022년 10월 경기 안성 KY로지스 물류센터 공사현장 3명 사망사고, 2023년 9월 경기 화성 물류센터 사망사고, 2023년 10월 경기 시흥시 정왕동 물류센터 사망사고, 2023년 11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해 논란의 중심에 선 업체다. 특히 최근에는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8개월 행정처분을 받았음에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처분을 회피하면서 집중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LH는 이 같은 건설사에게 종심제 최대 규모 일감을 준 것이다. 공기업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판단을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실제로 한 시민단체는 지난 10월 서울 서초구 소재 SGC이테크건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공사에 대한 처벌이 가벼웠던 탓에 올해까지 중대재해가 반복되고 있다. 오너일가와 최고경영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민주노총 인천본부 중대재해대응사업단은 이달 5일 성명을 내고 "사망사고를 반복하는 SGC이테크건설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정부는 중대재해 사고가 반복되는 건설업체를 즉각 입찰에서 배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GC이테크건설이 안전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업체라는 건 일련의 사고와 언론 보도를 통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왜 LH는 사망사고를 반복하는 건설사임을 알고도 수천억 원 규모 사업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을까. 심심하면 불거져 나오는 입찰 담합이나 전관예우, 불공정 평가 등 사례 중 하나일까. 그보다는 종합심사낙찰제 심사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LH가 지난 7월 25일부터 시행 중인 '공사계약 종심제 심사기준 개정안'을 살펴보면 주거시설 공사계약에 대해 종심제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할 때 주요 심사기준은 해당 업체의 공사수행능력(전문성·역량·일자리 50점), 입찰금액(금액·단가·하도급계획·물량·시공계획 50점)으로 설정돼 있다. 중대재해 등 안전 문제(건설안전, 1.2점), 최근 화두가 된 ESG 경영(공정거래·지역경제 기여도, 0.8점) 등 사회적 책임에 대해 매기는 점수는 고작 '가점 2점'에 불과하다. 주요 심사기준 중 하나인 공사수행능력 부문 공사품질관리에 안전 관련 평가 사항이 있긴 하다. 최근 1년간 안전관리·하자관리 미흡에 대한 품질미흡 통지서를 발급받았을 시 '최대 1.5점'을 감점한다. 또한 시공계획 평가에서 최근 1년간 안전사고(사망사고)가 발생했을 시 1회 '0.5점', 2회 이상 '1점'을 감점한다.

아무리 연일 사망사고를 내고, 사회공헌활동에 소홀한 업체라도 고작 10점 미만의 페널티만 적용돼 높은 점수를 받아 낙찰받을 수 있는 구조로 종합심사낙찰체가 운영되고 셈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고, 사회적 통념에 부합하는, 그리고 안전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LH의 종심제 심사기준이 개선되길 바란다. [온라인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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