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1일 열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소환된 이해욱 DL그룹(구 대림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표정이 엇갈릴 전망이다. DL그룹은 청문회에 앞서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여론의 비난을 희석시키고 있는 반면, SPC그룹에선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3일 평택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SPC그룹 계열 제조업체인 SPL(에스피엘)이 운영하는 경기 평택 소재 재빵공장 물류창고에선 철제 컨베이어가 30cm 가량 내려앉아 20대 협력업체 직원의 머리 부위를 가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안전모를 착용해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과 허 회장 입장에선 치명적인 사고다. 허 회장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8월에도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중대재해가 터져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바 있다. 하지만 허 회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국회 환노위는 다음달 1일 산재 청문회에 그를 소환키로 의결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청문회를 불과 일주일 가량 앞두고 또다시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업무 중 다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의원들의 집중 추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해 허 회장이 대국민사과 당시 공언한 안전경영 시스템 강화 방안 관련 질의응답이 전개될 전망이다.

▲(왼쪽부터) 디엘 그룹, 에스피씨 그룹 CI
▲(왼쪽부터) 디엘 그룹, 에스피씨 그룹 CI

반면, 함께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인 이해욱 회장은 상대적으로 의원들의 질타를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과 마찬가지로 이 회장도 마찬가지로 지난 국감 때 중대재해와 관련해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해외 출장을 명분으로 불출석해 이번 청문회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그가 연이어 증인 출석 요구를 받는 건 그룹 핵심 계열사인 DL이앤씨(구 대림산업)가 시공을 맡은 부산 연제구 거제동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난 8월 20대 하청 노동자가 유리창을 교체하던 중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건 초기 원청사인 DL이앤씨와 하청업체인 KCC(케이씨씨)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장면이 연출돼 공분을 샀다.

하지만 이 회장의 청문회 소환이 확정되자 지난 20일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는 본사 앞에 차려진 숨진 노동자의 분향소를 방문해 유가족 앞에 무릎을 꿇고 공식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유족 사과 및 사과문 일간지 게재 △자체 사고조사보고서 및 재발방지대책 제공 △민사상 손해배상금 지급 등에 합의했다.

특히 DL그룹은 이 회장 명의로 된 사과문을 발표하고 "DL그룹 작업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근로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산재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산재 사고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사과 입장을 낸 국내 건설사는 DL그룹이 처음이다. 아울러 DL이앤씨는 지난 13~14일 중대재해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주요 협력회사 경영진과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청문회에 출석 예정인 이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의원들의 호통이 상대적으로 허회장에게 더 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물론 변수는 있다. DL이앤씨 현장에서 숨진 하청 노동자의 유족은 마창민 대표가 분향소를 찾았을 당시 "이해욱 회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하지 않았다는 게 못마땅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이 이 부분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DL이앤씨에서 오랜 기간 대관 업무를 담당하며 대(對)국회 소통 역할을 맡던 임원이 최근 퇴사한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한편, 국회 환노위는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허 회장과 이 회장에 대한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 증인 출석 요구의 건'과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 서류 등 제출요구의 건' 등을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경영책임자인 오너일가 회장이 출석해야만 중대재해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을 모색 가능하다며 이 같은 안건들을 여당인 국민의힘의 표결 불참 속에서 단독 처리했다. [뉴스드림]

저작권자 © 보증 사이트 추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