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손해보험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마냥 웃지 못하는 눈치다. 대체투자 자산에서 평가손실이 계속 누적돼 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원하는대로 몸값을 띄우기 어렵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일부 물량이 미매각된 것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많은 모양새다.
22일 롯데손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증권신고서(채무증권)-증권발행조건확정 보고서를 공시하고 총 800억 원 규모 무보증후순위사채를 발행키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롯데손보는 수요예측 흥행 시 최대 1200억 원까지 후순위채를 증액 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800억 원 모집에 480억 원의 매수 주문만 들어오면서 증액을 이루지 못했고, 주관사와의 총액인수 계약에 따라 800억 원 발행을 확정한 것이다.
이는 발행금리 영향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롯데손보는 2023년 11월 400억 원 규모 후순위채 수요예측을 진행할 당시 금리 밴드를 6.95~7.55%로 제시해 흥행에 성공, 700억 원으로 사채를 증액 발행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근 시장금리 안정 속 발행금리 상단이 6.8%로 낮아졌고, 이로 인해 예상보다 수요가 적었다는 논리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이와 전혀 궤가 다른 견해도 제기된다. 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에 대한 매각 작업에 본격 착수한 상황에서 후순위채 일부 물량이 미매각된 것인 만큼, 자본시장 구성원들이 롯데손보의 성공적 매각을 확신하지 못해 투자를 망설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수요예측이 이뤄진 시점은 롯데손보가 2023년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고 알린 직후였다. 그럼에도 매수 주문이 몰리지 않은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후순위채 발행은 롯데손보의 최근 행보와 향후 전망을 시장에서 현재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추측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결과적으로 그리 낙관적이진 않았다"며 "올해 보험업계 내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고, 롯데손보의 자산건전성에 물음표가 붙은 상황이기 때문에 매각 시 몸값을 과연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롯데손보는 대체투자 부문에서 손실이 계속 발생해 수익성 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기업평가는 "2023년 6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대체투자 잔액은 운용자산의 45%인 5.8조 원으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자산운용 측면의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대체투자 자산의 과반이 중·후순위 투자로 구성돼 수익률 관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대체투자 역량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롯데손보는 메리츠증권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롯데손보가 메리츠증권을 통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해외 대체투자 펀드에 투자를 했는데, 펀드 판매사인 메리츠증권이 해당 상품의 리스크를 롯데손보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일종의 불완전판매라는 것이다.
다만, 관련 업계에선 소송이 롯데손보 측보다 메리츠증권 측에 유리하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본다. 고객 돈을 활용해 투자하는 손보사가 해외 대체투자 펀드에 대한 손실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배팅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