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해외서 대규모 부동산 투자 손실
부동산 PF 위기에도 건설·부동산 대출 확대
금감원 "대체투자·부동산PF 심사·관리 미흡"

한화생명보험의 부동산 투자 손실이 큰 이유가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났다. 대체투자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심사·관리, 분석 절차에 있어 다수의 허점이 발견된 것이다.
20일 금융감독원 금융회사 경영유의사항 등 공시를 살펴보면 지난 14일 금감원은 한화생명에 △대체투자 의사결정기구·위험관리위원회 운영체계 강화 △대체투자 심사·사후관리 개선 △투자자산 손절매 절차 개선 △부동산 PF 위기 상황 분석 개선 등에 나서라는 내용이 담긴 경영유의사항·개선사항을 통보했다. 이는 금융사에게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금감원의 행정지도적 성격의 조치다.
해당 경영유의사항·개선사항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실질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대체투자 의사결정기구를 제대로 마련·운영하지 않았으며, 대체투자협의회에 리스크 관리 담당 임원이 아닌 직원이 대리 출석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한 대차투자의 예상수익률이 최소요구수익률을 하회하더라도 전결권자(부문장) 전결로 투자가 가능토록 하기도 했다.
특히 금감원의 해외부동산 및 SOC 투자 관련 자체점검요청, 생명보험협회의 보험회사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을 참고해 현지 실사 등 관련 규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음에도 세부 기준을 별도로 내규에 반영하지 않는 등 관리에 소홀한 모습을 보였으며, 리스크관리팀은 부동산 PF 자산에 대해 별도의 위기 상황 분석을 실시하지 않고 위기상황 비상대응 계획도 마련치 않았다.

이 같은 내부통제 시스템 미흡은 부동산 관련 투자 손실 확대에 적잖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고금리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레고랜드 사태와 대형 건설사 부도설로 PF 위기감이 확대된 2022년 하반기 이후에도 부동산 관련 대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한화생명의 건설업·부동산업·임대업 관련 대출 규모는 2022년 1분기 3조4785억 원, 2분기 3조5882억 원, 3분기 3조8983억 원, 4분기 3조8370억 원, 2023년 1분기 4조544억 원, 2분기 4조1162억 원, 3분기 4조1257억 원 등으로 21개월 동안 18.61% 증가했다.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리스크 관리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해석할 만한 대목이다.
또한 한화생명은 2022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빌딩을 1억5500만 달러(약 2000억 원)에 매입하는 등 공격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선 바 있다. 그 결과 2023년 3분기 한화생명은 400억 원 규모 해외 상업용 부동산 손실을 실적에 반영해야 했고, 2500억 원대 투자손실을 냈다. 최근 해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대체투자 실패에 따른 손실은 올해에도 지속 반영될 전망이다. [뉴스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