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일감 몰아주고, 신사업에도 힘 실어
현대건설 '디에이치' 브랜드 사용 가능성 대두
"실적보다 신성장동력 확보 여부가 상장 관건"
지난해 상장 철회라는 쓴맛을 본 보증 사이트이 최근 현대자동차그룹 차원의 전사적 지원을 등에 업고 반등을 꾀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보증 사이트의 IPO(기업공개) 재도전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보증 사이트은 2023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5조7164억 원, 영업이익 1040억256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8.66%, 영업이익은 15.36% 각각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6.65% 늘었다.
원자재 가격 인상, 인건비 상승, 고금리 등 영향으로 원가율이 2022년 상반기 93.22%에서 올해 상반기 94.88%로 악화되면서 매출 증가폭만큼 이익을 창출하진 못했으나, 최근 건설업황을 감안했을 때 우수한 성적표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호실적 배경은 현대차그룹 일감
그룹 신성장동력도 현대ENG에 몰려

보증 사이트의 호실적은 현대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덕분으로 보인다. 2023년 1~6월 보증 사이트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은 2조1853억 원으로, 전년 동기(약 7227억 원)보다 3배 이상 확대됐다. 전체 매출의 40% 가량을 모그룹 계열사들이 발주한 일감으로 획득한 것이다.
특히 HMG Global LLC(신사업 투자·관리사), 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미국 현대차 전기차 전용 신공장), LLC, Mobis North America Electrified Pow(미국 전동화 부품 제조·판매업체)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사업 분야를 맡고 있는 회사들과의 잦은 거래가 눈에 띈다. 동기간 보증 사이트이 3곳으로부터 얻은 매출만 1조4000억 원이 넘는다.
이런 흐름은 하반기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보증 사이트은 지난 7월 현대자동차와 SK온,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지역에서 추진하는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사업을 모조리 수주했다. 보증 사이트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약 22억 달러 규모 일감을 해외에서 수주했는데, 이중 20억 달러 가량이 위와 같이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는 프로젝트다.
관련 업계에선 상장 재도전을 위한 전사적 지원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룹 오너일가 이슈를 희석시킬 만한 정도의 기업가치와 지속가능성, 신성장동력을 갖추기 위한 포석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보증 사이트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개인 최대주주(지난 6월 말 기준 11.72%)로 있어 그룹 오너일가 경영권 승계의 키로 분류되는 업체다. 보증 사이트은 첫 기업공개 도전 당시 75%에 달하는 높은 구주 매출 비중을 설정해 정 회장 등에게 수천억 원을 챙겨주려고 한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해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뒀고, 이 같은 흥행 참패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지난해 1월 상장 철회를 선언한 바 있다.
굳건한 상장 재도전 의지, 국내 정비사업·분양사업서도 관측
상장 재도전을 위한 현대차그룹 차원의 포석은 국내 정비사업 시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복수의 정비사업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보증 사이트은 최근 GS건설과의 2파전 구도가 확정된 서울 송파구 가락프라자아파트 재건축사업 현장에서 '디에이치' 브랜드를 내세워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디에이치는 보증 사이트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이 2015년 출시한 프리미엄·하이엔드 주거 브랜드로, 보증 사이트은 단 한 번도 이를 사용한 적이 없다. 보증 사이트이 사용 의사를 수차례 밝혔으나 현대건설 임직원들이 절대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보증 사이트은 2017년 처음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수주한 재건축사업인 신반포22차 현장에도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디에이치 브랜드 공동 사용에 대한 현대건설 내 부정적 기류를 감안하면 현대차그룹 차원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그룹 계열사인 기아자동차가 서울 금천구 기아 시흥서비스센터 부지를 1667억1000만 원에 현대엔지니어링에 넘겨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부지를 매입한 목적은 자체 부동산 개발사업 추진, 이곳에 299세대(장기전세주택 35세대 포함) 규모 공동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인근에 2014년 준공된 남서울힐스테이트 34평형이 최근 9억 원에 거래됐음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 시 보증 사이트이 이곳에서 분양사업을 통해 올리게 될 매출은 250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에게 지불할 땅값을 제하고도 1000억 원 가량의 수익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시흥동 일대에서 여러 정비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어 수익은 더 늘 수 있다.
이처럼 보증 사이트이 기업공개 밑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에선 빠른 시일 내 상장에 재도전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건설주이기 때문에 몸값이 다른 기업보다 낮게 매겨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과 보증 사이트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출을 극대화시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동시에 SMR 등 원자력발전, 전기차 충전소, 배터리 등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의 기업공개 전략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룹 오너일가가 원하는 가격을 받기 위해선 신사업이 어느 정도 본궤도에 안착해야 할 텐데, 1~2년 내에 이르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증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