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드림=연기홍 논설위원 ] 겨울소나기처럼 때아닌 친일논쟁이 한동안 여의도 정국을 달궜다. 전선은 친일 논쟁에 이어 친북논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어제도 오늘도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 성실(?)하게 열일(?)하는 정치권 집단들간에 벌어지고 있는 전투 양상을 보자면 430년전 비극적 사건의 데쟈뷰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1592년 조선 한반도를 쑥대밭으로 헤집어놓은 임진왜란. 그 전쟁 이면에는 조선 엘리트 집단의 아둔함과 동북아 국제 정세 판단의 무능력이 역사적 비판 대상으로 도마위에 오르곤 한다. 조선 지배 집단의 아둔함과 바늘구멍보다 좁디좁은 근시안은 당파싸움이란 그들만의 리그를 사수하기 위해 피 터지게 벌인 전투와 무관하지 않다. 동인과 서인간의 이른바 치킨게임 전투는 결국 한반도에 ‘중세의 비극’과 지배집단을 잘못 만난 `가엾은 민중의 살육’이란 대참사로 7년만에 막을 내렸다. 그들의 기득권과 밥벌이를 지키기 위한 생존 투쟁에 국가의 안보·이익, 민중의 안전은 뒷전이었다.
임란전, 일본의 정세 판단을 위해 파견된 동인 김성일과 서인 황윤길의 상반된 보고는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라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한토막 숨은 뒷이야기가 있다. 김성일도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욕과 총명함, 전쟁 준비에 한창인 일본의 정세를 정확하게 간파했음에도 조정에는 상반된 거짓 보고를 했다. 이에 당황한 동인의 한 실력자가 “자네, 뒷일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렇게 보고를 하냐”고 근심스레 물었다. 김성일의 답변은 “어떻게 서인과 같게 보고를 할 수 있겠습니까”. 이후 조선 한반도가 도륙의 현장이 됐음은 주지의 사실. 물론 거짓 보고를 한 김성일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 비극이자 희극적이고 희극이자 비극이다.
임박한 일본 침략으로 야기될 조선의 안보 위기와 민중의 생명보다는 역시 그들의 리그에서의 승리가 절실했을 터.
타임머신을 타고 430년후 2022년의 한반도 상공에서 내려다본 대한민국의 정치 집단들의 양태와 작태는 조선의 장차집단과 한치의 오차없는 데쟈뷰이자 데칼코마니이다. 일본이란 존재는 임란당시나 지금이나 정치집단간에 '승전용 전투무기'로 이용되고 있는 것 아닌가.
친일논쟁은 약방의 감초처럼 정쟁의 수단으로 요긴한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제기한 인사가 언급한 내용을 뜯어보면 친일논쟁을 통해 자기편을 결속시키고 상대편을 공격하는 정쟁의 연료로 쓰고 있는 느낌이다. 그 이면에는 되려, 우리 기성세대들의 대 일본 피해 의식을 교묘하게 상대당의 공격용 무기로 재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일본의 잠재적 안보 위협에 대한 시대 인식의 사명감도 있곘지만서도 … 당파싸움의 관람객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1할이 될까 말까.
對 일본 피해 의식을 정쟁용 친일 프레임으로 한 공격에 대한 상대 집단 인사의 방어도 참 미성숙하다. 우리 이제 일본한테 당당하지 않습니까. 한수지도하듯 당당하게, 담담하게, 대국적으로, 여유 있는 대응은 못하고, 케케묵은 식민 사관의 한대 치니, 나도 한대 치겠다는 식의 수준 낮은 방어. 마치 바둑판에서 하수의 실착에 하수의 실착으로 응수하는 것 같다. 상수 대 상수의 수준 높은 관전평을 기대할 수는 없는 걸까.
다행스러운 점은 그나마 우리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일본에 대해 당당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세의 측면에선 일본의 동년 세대를 압도하고 있는 인상이다. 기성세대들이 일본 컴플렉스에서 뱉어내는 현재의 지저분한 거리가 당당하고 건강한 우리의 미래인 젊은이들이 깨끗하게 치유할 것이라 믿는다. 미래의 세대들에게 잠시나마 희망의 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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