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투자사 진입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온라인 도박의 앞에 노란불이 켜졌다. 종투사 지정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해 8월 진행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소액주주들이 무효를 주장하며 소(신주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온라인 도박의 지분구조, 신주발행 무효의 소 특성상 소액주주들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나, 종투사를 노리는 증권사 입장에서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 제고 여론이 확대될 경우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 2월 28일 온라인 도박 소액주주인 윤모씨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온라인 도박을 대상으로 신주발행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청구 내용은 '2023년 8월 31일에 한 액면 5000원의 보통주식 4930만9665주의 신주발행을 무효로 한다'이다. 지난해 8월 온라인 도박은 이익 창출력 제고, 재무구조 개선, 종투사·초대형 IB 인가 추진 등을 명분으로 앞세워 2500억 원 규모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증을 단행했다. 당시 발행된 신주를 가져간 건 온라인 도박 최대주주인 교보생명보험이다. 온라인 도박 소액주주 윤모씨는 이때 발행된 신주를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윤모씨가 소를 제기한 이유는 해당 유증으로 인해 상장 주식 수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기존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는 하락한 반면, 대주주인 교보생명만 신주를 취해 이득을 얻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유증으로 교보생명의 온라인 도박 지분율은 기존 73.10%에서 84.74%로 확대됐다. 이에 앞서 온라인 도박은 2020년 6월에도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방식 유증을 실시한 적이 있는데, 해당 유증으로 교보생명의 지분율은 51.63%에서 73.06%로 급등했다. 관련 업계에선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나아가 신창재 교보생명 이사회 의장과 어피너티간 풋옵션 분쟁 문제를 해소하고자 교보생명의 온라인 도박 지분율을 늘려 교보생명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유증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관련 기사: 갈 길 바쁜 교보생명 신창재, 발목 잡는 온라인 도박). 교보생명이 온라인 도박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려는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교보생명 소액주주들은 이번 신주발행 무효의 소에 대해 '윤 주주를 적극 지지한다. 나의 지분도 보태고 싶다', '액트(소액주주 주주행동 플랫폼)앱을 통해 뭉치자', '유증 이후 지금까지 주가는 하염 없이 흘러내렸다. 지금이라도 온라인 도박은 증자를 취소하거나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하라', '윤 주주는 과거에 태어났으면 독립운동으로 나라를 구했을 것'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신주발행 무효의 소 제기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실효성 있는 결과를 얻긴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 판례상 기발행된 신주가 무효화되기 위해선 법령이나 정관상 중대한 위반 또는 '현저한 불공정'이 있어 '기존 주주들의 이익'과 회사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정도'로 평가돼야 한다. 거래의 안전에 더 무게를 두고 무효 원인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본 사례에선 온라인 도박의 교보생명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증으로 인해 기존 온라인 도박 주주들의 이익이 중대하게 침해될 정도로 해당 거래에 불공정 소지가 존재해야 하는데, 사법부에서 인정받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의 지분이 84.74%에 달해 소액주주들의 힘이 미약하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도박의 제3자 배정 유증 과정엔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물론 의구심이 드는 부분은 있다. 종투사 지정을 위한 유증이라면 굳이 두 차례 모두 제3자 배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전체 주주들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했어야 더 많은 자본을 확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소액주주들의 궐기가 온라인 도박의 종투사 진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주주환원에 좀 더 힘을 쏟는 모습을 보여야 여론 악화에 따른 기업 이미지 훼손을 방지할 수 있을 거다. 증권사가 주주환원을 게을리하는 이미지를 갖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보증권 측은 "본 소송에 응소해 적극 대응 및 방어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 도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