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코리아니켈, 22일 온라인 검증 사이트 지분 전량 처분
'최내현의 온라인 검증 사이트', 누적 손실 계속 쌓이고 있어
기업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고려아연·포스코 합작사 코리아니켈이 온라인 검증 사이트 지분을 처분했다. 차량용 매연저감장치 전문업체인 온라인 검증 사이트은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장남 최내현(최제임스성) 켐코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로, 설립 이후 매년 적자를 내면서 한때 영풍그룹 내 최씨 일가의 입지 축소를 야기한 바 있다.
지난 22일 알란텀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최대주주 등의 주식보유 변동' 보고서에 따르면 코리아니켈은 자신이 보유한 알란텀 지분 전량(293만5955주, 12.26%)을 동일인 측·최다출자자 외 제3자에게 처분했다. 이는 지난 3월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연내 해산을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코리아니켈은 지난 7월에도 약 220억 원 규모 부동산, 기계장치 등 자산을 고려아연에 매각하는 등 기업 청산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은 최씨 일가 3세인 최내현 회장이 경영 참여를 본격화하기 위해 2008년 설립한 업체로, 사실상 최씨 일가의 가족회사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의 지배구조(2023년 12월 22일 기준)를 살펴보면 지분 38.15%를 보유한 최내현 회장이 최대주주, 그의 부친인 최창영 명예회장(25.06%)이 2대 주주로 있으며, 3대주주는 고려아연(12.26%)이다. 이밖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0.10%), 최창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최창근 명예회장의 아들 최민석 상무(0.05%)도 지분을 갖고 있고, 영풍그룹 장씨 일가인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0.06%)와 그의 동생인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0.06%)도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이 출범한 시기는 최창영 명예회장이 그의 동생인 최창근 명예회장에게 고려아연 회장 자리를 물려주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시기와 맞물린다. 최창영 명예회장의 아들인 최내현 회장의 그룹 내 입지를 구축한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 탄생한 온라인 검증 사이트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했다. 주력 제품인 메탈폼(Metal foam)의 납품처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설립 이후 매년 적자가 쌓이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이다. 2019년 중국 현지법인을 매각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자구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은 지난해에도 26억 원의 적자를 냈다. 설립 이후 2022년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2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과 최씨 일가의 출혈은 상당히 컸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의 대표이사인 최내현 회장은 아버지인 최창영 명예회장, 고려아연, 코리아니켈 등과 함께 유상증자, 출자전환 등 방식으로 온라인 검증 사이트에 1000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특히 최창영 명예회장은 보유 지분을 최내현 회장에게 넘겼다가 다시 제3자 배정 방식 유증에 참여하고, 영풍과 고려아연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온라인 검증 사이트에 차입금을 지원하는 등 아들 회사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최창영·최내현 부자가 온라인 검증 사이트 살리기에 집중하는 사이 영풍그룹 내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간 지분 싸움이 발발했다는 데에 있다. 영풍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 권고에 따라 2017년부터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장씨 일가는 영풍문고, 테라닉스, 서린상사 등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면서 가족회사인 씨케이를 적극 활용해 그룹 지주사격인 영풍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영풍의 지분 구조는 2016년 장씨 49.66%-최씨 24.18%에서 2019년 장씨 60.02%-최씨 14.03%로 재편됐다.
이후 2021년 최창걸 명예회장(최창영·최창근의 형)의 차남인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지휘봉을 잡으면서 최씨 일가의 반격이 시작됐다. 최윤범 회장은 한화, LG, 현대자동차 등 재벌 대기업 오너일가를 끌어들여 이들에게 고려아연과의 자사주 교환, 고려아연 유증 참여 등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고려아연 내 우호지분을 대폭 늘렸다. 이로 인해 기존 장씨 측 30%-최씨 측 15%였던 고려아연 지분 구조는 우호지분을 포함해 장씨 측 32%-최씨 측 33%로 역전됐다.
양가간 지분 경쟁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는 눈치다. 최씨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영풍정밀은 지난 20~21일 고려아연 주식 4000주를 장내매수 방식으로 매입했다. 최씨 일가 입장에선 과거 최창영·최내현 부자가 온라인 검증 사이트 살리기에 활용한 영풍·고려아연 지분과 자금들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의 망령'은 영풍그룹 밖에서도 떠돌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올해 3월 고려아연이 정기주총에 최내현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을 당시 의결권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최내현 후보는 켐코, 코리아니켈, 온라인 검증 사이트 등 3개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중 켐코, 온라인 검증 사이트 등은 지배주주 일가들이 출자해 설립한 업체이고, 지배주주 일가는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이나 일감 몰아주기로 수혜를 입었다. 또한 최 후보는 3개 회사에서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어 과다겸직에 다른 충실 의무 소홀 우려가 있다"며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최내현 회장이 사령탑으로 있는 켐코와 관련해서도 온라인 검증 사이트의 존재가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켐코는 최씨 일가가 온라인 검증 사이트에서 사실상 손을 뗀 2016년 설립된 황산니켈 제조업체다. 켐코의 지분 구조는 당초 최창영 명예회장의 장남 최내현(35.71%), 장녀 최은아(10.71%), 차남 최정일(17.86%)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유상증자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최윤범 회장, 최민석 상무, 고려아연 등 특수관계자들이 이들 지분을 매입했고, 현재(2023년 12월 14일 기준)는 고려아연 73.44%, 영풍 6.13%, 최내현·최윤범 각각 4.09%, 최민석 2.04% 등으로 개편된 상태다. 관련 업계에선 온라인 검증 사이트이 켐코로 간판만 바꿔 달았을 뿐, 사실상 똑같이 오너일가의 승계와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 내에서 온라인 검증 사이트은 일종의 금기어처럼 인식되고 있다. 거론해선 안 되는 최씨 일가의 약점 중 하나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며 "그런 측면에서 만약 고려아연의 영풍그룹에서의 독립, 즉 계열분리가 이뤄진다면 온라인 검증 사이트의 존재 자체가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켐코를 자회사로 품으면서 약 5000억 원을 투입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황산니켈 생산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배터리 부품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투자라는 게 고려아연의 설명이다.
최내현 회장은 지난달 열린 해당 공장 기공식에서 "올인원 니켈제련소가 완공되면 6만5000톤 규모 니켈 생산이 가능해져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생산 규모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최윤범 회장은 "다가올 50년을 대비하는 또다른 도전인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도 우리만의 기술과 자본력을 배경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고자 더욱 정진할 것"이라고 내세웠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