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조건으로 수주 후 공사비 증액, 시장 신뢰 잃을 것

GS건설이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후폭풍 속에도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 6일 GS건설은 투자판단관련주요경영사항 보고서를 공시하고 '가락프라자 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서울 송파구 문정로 일대에 1053세대 규모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공사기간은 실착공일로부터 40개월이며, 공사비(예정)는 약 4732억 원 규모다.
이는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운 결과다. GS건설은 가락프라자 조합이 제시한 예가(3.3㎡당 780만 원) 대비 8% 가량 저렴한 3.3㎡당 718만 원 수준의 공사비를 내걸었다. GS건설이 예가보다 낮은 공사비를 제시한 건 이번이 첫 사례로 알려졌다. 여기에 GS건설은 외국산 마감재를 적용하겠다는 조건까지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파격 조건에 힘입어 GS건설은 경쟁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336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따돌렸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철근 누락 사태로 브랜드 파워와 경쟁력에 심각한 손상이 간 점, 오너일가인 허윤홍 CEO의 첫 서울 수주전이라는 점 등 불리하고 부담스런 환경 가운데 GS건설이 무리한 조건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급한 상황에서 '일단 수주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무리수를 던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본계약 체결 때나 착공에 들어간 뒤 조합에 공사비 대폭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어서다.
실제로 최근 국내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선 원자재 가격, 인건비 등이 급등하면서 공사비가 계속 치솟고 있다. 3.3㎡당 800만 원대 공사비를 조합이 제시했음에도 유찰되는 경우도 목격된다. 각 건설사들은 기수주한 계약들의 공사도급비를 증액시키느라 바쁘다. GS건설도 얼마 전 성남 신흥2구역 재개발, 길동 신동아1·2차 재건축, 안양 임곡3지구 재개발, 장위4구역 재개발, 광명제1R구역 재개발, 수원 팔달10구역 재개발, 용답동 재개발 등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를 일제히 올렸다.
이와 유사한 사례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따른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참사 직후 관양현대 재건축, 월계동신 재건축 등 정비사업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사활을 걸었고, 경쟁사보다 현저히 낮은 '확정공사비'를 제시해 수주에 성공했다. 그리고이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업장이 월계동신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화정 아이파크 참사 후 두 달 만에 월계동신 재건축사업을 수주했다.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원들에게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지 않는 한 추가 부담금이나 공사비 증액은 없을 것'이라고 홍보했고, 이 같은 파격 조건을 앞세워 경쟁사인 코오롱글로벌을 큰 표차로 이겼다. 그때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540만 원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1년 8개월이 흐른 지금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존보다 20% 가량 인상된 600만 원대 중후반 수준으로의 공사비 증액을 조합에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건설사를 믿고 시공사로 선정해준 조합을 기망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도 거부하기 힘든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워 시공권을 챙기고는 뒷통수를 때리는 꼴이 아닌가.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된다면 정비사업 시장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실제로 월계동신 조합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비 증액 요구로 인해 내부 분쟁이 펼쳐져 조합장 해임 총회가 열리는 등 이웃간 갈등이 목격되기도 했다.
GS건설 측은 가락프라자 재건축사업 수주 소식을 알리면서 "도시정비사업 재기를 시험하는 첫 수주전에 압도적인 사업 조건으로 자이 브랜드의 신뢰도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며 "다시 도약할 기회를 준 조합원들에게 감사하다. 절치부심해 믿어준 조합원들에게 최고 품질의 아파트 건립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약속했으니 지켜볼 일이다. [토토 배팅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