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토토 배팅 사이트협회장이 최근 발간한 '축구의 시대' 표지, 내부 목차 이미지 중 일부=브레인스토어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최근 발간한 '축구의 시대' 표지, 내부 목차 이미지 중 일부=브레인스토어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최근 자신의 30년 축구 인생을 회고하는 에세이 '축구의 시대'를 발간했다.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전 참사,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사건, 위르겐 클린스만 국가대표팀 감독 파문, 그리고 최근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배경 의혹까지 다양한 논란으로 인해 국민적 공분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내놓은 자서전인 만큼, 정 회장의 축구의 시대를 향한 비난이 거센 실정이다.

저자와 책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완벽에 가까웠던 결과도 있고, 판단 착오에 가까웠던 일도 있다. 하지만 정몽규는 부풀리거나 축소하지 않는다. 잘된 것은 잘된 대로, 잘못된 것은 잘못된 대로 의미를 찾아 매듭짓는다"라는 출판사의 설명처럼, 정 회장은 그의 변(辯)을 책에 그대로 담았다. 그 변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이다. 독자들이 '축구의 시대'에 찬사를 보내든, 손가락질을 하든, 그것은 정 회장이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

기자는 그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정 회장의 변에 대해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축구의 시대' 발간 전후 과정에서 목격된, 법적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어 보이는 한 가지 대목과 관련해 지적하고자 한다.

HDC현대산업개발(에이치디씨 현대산업개발)은 '축구의 시대' 발간(2024년 7월 26일)을 전후로 해당 도서를 홍보하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홍보팀을 동원해 총 3차례 배포했다. 지난 25일 '[보도자료] 정몽규 회장 30년 축구경영 회고 축구의 시대 펴내'라는 자료를, 책 발간 당일인 26일엔 '[2차 보도자료] 정몽규 회장 30년 축구경영 회고 축구의 시대 펴내'라는 자료를 각각 보냈다. 이어 오늘(30일)은 "금일 출판사에서 배포한 내용과 동일합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여 '[3차 보도자료] 정몽규 회장, 축구의 시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또다시 배포했다.

대기업 홍보팀이 회사 오너일가가 쓴 책을 홍보하는 건 우리 사회에서 자연스런 일이다. 홍보팀, 법무팀, 전략팀 등은 오너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오너의 리스크를 대비·방어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들의 보편적 지배구조 하에서 오너의 이미지 타격은 곧 회사의 이미지에 금이 가는 것이고, 오너의 리스크 확대는 곧 기업 전반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오너의 개인적인 일에도 관여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송사에서 보듯, 오너의 신변·거취가 전체 기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이 같은 시스템이 올바른 체계라고 보긴 어렵다. 법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모두 배임·횡령에 해당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하다. 법인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안에 임직원들의 시간,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등 회사의 인적·물적 자원이 쓰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관행적으로 허용해주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서 배임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은 어디에서 예산이 발생·지출됐는가, 그리고 과연 회사 차원에서 관리할 만한 오너의 개인 문제인가 정도가 될 것이다.

▲에이치디씨 토토 배팅 사이트은 정몽규 회장이 발간한 '축구의 시대' 홍보 자료를 3차례나 홍보팀을 동원해 배포했다=뉴스드림
▲에이치디씨 현대산업개발은 정몽규 회장이 발간한 '축구의 시대' 홍보 자료를 3차례나 홍보팀을 동원해 배포했다=뉴스드림

정몽규 회장이 쓴 책을 홍보하기 위해 HDC현대산업개발 홍보팀이 동원됐고, HDC현대산업개발 홍보팀은 유무형의 회사 자산(메일 발송비·언론사 메일 주소 등)을 활용했다. 그것도 1번도 아니고, 3번에 걸쳐서. 또한 여기에 동원된 인력에게 HDC현대산업개발은 인건비를 제공해야 한다. '축구의 시대'의 발간 소식을 널리 알리는 데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예산이 사용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 회장이 '축구의 시대'를 발간한 건 HDC현대산업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만한 오너의 개인 문제일까. 정 회장은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2022년 1월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사퇴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HDC현대산업개발의 대주주인 HDC(지주사)의 등기임원(대표이사 회장)이자 대주주로서 여전히 HDC의 자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만약 정 회장이 HDC그룹 경영활동과 관련된 도서를 발간했다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돼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 회장은 HDC그룹 회장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이번 책을 발간했다. '축구의 시대' 주요 목차는 ▲축구와의 첫 인연 ▲나의 사랑, 부산 아이파크 ▲K리그 승부조작의 파고를 넘다 ▲프로축구 승강제 도입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나서다 ▲대한축구협회장은 무엇으로 사는가 ▲국가대표 선수·감독을 말하다 ▲월드컵의 추억 ▲U-20 월드컵 유치와 성공 개최 ▲FIFA, AFC 선거의 막전막후 ▲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에 답하다…(중략)…▲한국 축구의 벽년대계 ▲축구협회 먹거리 키우기 ▲여자 축구 발전을 위한 제언 등으로 구성됐다. 해당 도서 어느 곳을 들여다봐도 HDC그룹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가 홍보해야 할 내용이다.

정 회장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차원에서 HDC현대산업개발 홍보팀이 동원된 거라고 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 정 회장이 지금 타이밍에 자서전을 발간한 건 패착이다. 이미지 제고는커녕 이미지 추락을 야기할 만한 행보다. 이번 책 발간으로 정 회장이 여론의 지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건 축구팬이 아니라도,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측 가능한 일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축구의 시대' 홍보에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한 건 오히려 정몽규라는 오너 개인의 부정 이슈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석해야 합리적이다. 그러나 법인과 직접적 연관이 전혀 없는, 오너 개인의 부정 이슈를 관리하기 위해 홍보팀이 동원됐다면,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생각이다.

실무진 입장에선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윗선이 원해서, 윗선의 지시에 따라서, 힘이 없는 직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장님 책 홍보 업무를 수행하게 됐을 공산이 크다. 그래도 실무자 스스로는 이것이 잘못된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분명히 깨닫고 있어야 할 것이다.

정몽규 회장은 '축구의 시대'를 통해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사적인 책"이라고. [토토 배팅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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