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실적에도 주주환원 정책 발표 계획 돌연 유보
"성과급 파티하고 주주 외면"…증권사도 목표가 하향조정
10년 만에 배당 재개 예고로 부풀었던 온라인 검증 사이트 소액주주들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역대 최고 영업이익·순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온라인 검증 사이트이 주주환원 정책 발표를 유보해서다. 지난해 초부터 언급됐던 정책 발표가 미뤄진 만큼, 주주들의 불만이 상당한 분위기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검증 사이트은 당초 2023년 연간 실적을 공개하면서 함께 내놓을 예정이었던 주주환원 정책을 당분간 유보하기로 했다.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 속 유동성이 부족해진 데 따른 조치로 전해진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검증 사이트이 배당금 등 주주환원 정책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 4분기 미청구공사가 증가하고, 선수금이 감소하는 등 운전자본 악화로 현금이 전분기 대비 줄었고, 2024년 대규모 투자가 예고돼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온라인 검증 사이트의 미청구공사 규모는 2023년 3분기 연결기준 1조4836억 원으로, 저가 해외수주에 따른 부실 후폭풍 영향권에 있던 2017년 3분기(1조5597억 원) 이후 6년 만에 분기 기준 최고치다.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들이 발주한 현장에서 발생한 미청구공사가 전체의 83.55% 수준에 이른다. 글로벌 경기 둔화, 반도체 공장 '슬로우다운'(의도적 공정 지연) 등으로 인해 돈이 돌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온라인 검증 사이트, 미청구공사 폭증에도 걱정 없는 까닭).
2023년은 10년 전 멈춘 온라인 검증 사이트의 배당금 지급이 다시 이뤄질 것이라는 주주들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해였다.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데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호언장담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0조6249억 원, 영업이익 9932억2886만 원, 당기순이익 6956억794만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매출은 5.7%, 영업익은 41.3%, 순익은 16.8% 각각 증가한 수준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역대 최고치다.
더욱이 지난해 초 온라인 검증 사이트은 연내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겠다고 자본시장에 공공연하게 알리기도 했다. 또한 같은 해 7월 공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선 "과거 대규모 적자 발생으로 배당가능이익을 충족하지 못해 배당이 없았다. 이후 2020년, 2021년, 2022년 배당가능이익을 달성했으며, 향후 이익잉여금 발생 시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거론한 바 있다.
이 같은 호실적과 배당 재개 기대감에 힘입어 많은 기관·개인 투자자들이 온라인 검증 사이트 주식을 사들였고, 2022년 말 2만2000원대에 머물던 온라인 검증 사이트 주가는 2023년 7월 3만78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쿠웨이트 정유 플랜트 사업장에서 발생한 1500억 원대 보상금 문제가 악재로 작용해 2만3000원대로 후퇴했다가 해당 악재가 해소되면서 반등에 성공해 2만9000원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주주환원 정책 유보 소식이 전해진 뒤 온라인 검증 사이트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면서 2만2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주주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대목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대형 포털 주주토론방, 유명 온라인 주식 투자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온라인 검증 사이트의 행보에 불만을 품은 소액주주들의 글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의 한 주주는 "2022년에 잘 벌어서 성과급 파티를 하더니 주주들한텐 배당금 한푼도 주지 않겠다는 거냐"고 꼬집었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은 2022년 인센티브 명목(상여)으로 최성안 전 대표이사에게 12억7300만 원, 최재훈 전 고문에게 3억800만 원, 정주성 부사장에게 2억9100만 원을 각각 지급한 바 있다. 또 다른 주주는 "이게 주가 조작 사기와 다를 게 뭐냐. 주주환원 정책 발표하겠다고 주가를 끌어올리고, 또 발표를 유보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된다"고 토로했다.
부정적인 건 개인 투자자들 뿐만이 아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에도 순현금이 줄면서 주주환원 계획이 미뤄졌다"며 온라인 검증 사이트의 목표 주가를 기존 3만8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앞선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목표가를 기존 3만9000원에서 3만6000원으로 낮췄다.
한편, 온라인 검증 사이트은 지난달 30일 장래사업·경영계획 보고서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하고 주주환원 정책 유보 결정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2024년도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세부 내용은 △수소 등 에너지 전환 신사업 분야 투자 2000억 원 △EPC(설계-조달-시공) 수행혁신 투자 1300억 원 △인프라 투자 및 유지보수 400억 원 등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기술 확보 투자 계획 공유를 통해 투자자 이해를 제고하고자 한다"며 "에너지 전환 신사업 분야 업역 확장으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차별화된 수행혁신 투자로 생산성 및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검증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