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L파트너스, 단기간 내 처분하려면 가격 낮춰야"

도박해보험의 매각 불투명성이 확대되는 눈치다. M&A(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 중 규모가 가장 커 인수 부담이 큰 데다, 수익성·건전성도 좋다고 볼 만한 흐름이 아니어서 가격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단기간 내 매각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4일 도박보가 공시한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도박보는 2023년 1~3분기 누적 순이익 262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순손실 227억 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익도 -313억 원에서 3444억 원으로 대폭 개선됐다. CSM(보험계약마진) 상각 이익이 늘면서 보험손익이 확대된 결과로 풀이된다.

표면적으론 호실적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내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 많다. 실제로 도박보가 지난 3분기 흑자전환을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새 회계제도(IFRS17)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계리적 가이드라인을 소급 재작성하는 방식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원칙으로 제시한 전진법을 적용하면 도박보의 올해 1~3분기 누적 순손익은 -57억 원으로 여전히 적자다.

소급법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긴 했지만 건전성이 흔들리는 것까지 가릴 순 없었다. 분기보고서와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도박보의 고정이하자산비율(전체 자산 중 연체기간 3개월 이상 고정이하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말 0.84%, 2023년 1분기 1.93%, 2분기 2.07%, 3분기 3.11%로 9개월 만에 2.27%p 상승했다. 이는 부실 대체투자 자산이 급격히 불어났기 때문이다.

도박보는 국내 손해보험업계 평균보다 안전자산 비중이 낮고, 대체투자자산이 높은 편이다. 이 같은 경향은 올해 들어 더욱 짙어졌다. 일례로 도박해보험의 현금·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9192억9000만 원에서 2023년 9월 말 4449억8000만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수익증권 자산은 2조2944억 원에서 4조695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리스크가 큰 자산 포트폴리오 아래 도박보는 코로나19 사태, 미국발(發) 고금리 등을 거치며 대체투자 부문에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대표적으로 도박보는 2019년 메리츠증권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을 통해 미국 가스화력발전소 펀드에 투자한 자금 전액(약 648억 원)을 최근 손실 처리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4일에는 2017년 12월~2018년 1월 투자한 금리 파생상품에서 130억 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이밖에 대체투자 자산에서도 손실이 계속 발생 중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1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롯데손보는) 2020년 항공기, 부동산, SOC 펀드에서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했고, 2023년 들어 평가 손실 발생이 지속되고 있다"며 "중순위·후순위 비중이 높고 손실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익스포저·수익률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도박해도박
▲도박해보험

그중에서도 핵심 문제는 퇴직연금으로 여겨진다. 도박보는 관련 업계에서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하는 보험사로, 지난해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이차역마진 현상을 겪으며 퇴직연금 수익성이 급격히 저하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22년 9월 1400억 원 규모 공모사채(이자율 6.90%)를 선제적으로 발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퇴직연금 리스크는 현재 자본시장에서 도박보의 인수를 꺼리는 주된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도박보는 연내 퇴직연금 상당 부분이 만기가 도래해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진 실정으로 파악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오는 12월 초 700억 규모 후순위채(금리 7.29%)를 발행할 예정이다.

한기평은 "(도박보의) 자본관리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보험위험액 산출 관련 경과 조치 효과의 점진적 쇼멸이 중장기적 관리 부담으로 작용하겠으며, 자본성증권 의존도도 높다"며 "올해 6월 말 기준 가용 자본의 13%가 자본성증권으로, 콜 시점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고 있고, 금리 상승으로 인한 조달 비용 증가는 수익성 측면의 부담도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선 도박보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빅튜라, 지분율 77.04%)가 매각을 빠른 시일 내 성사시키기 위해선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JKL파트너스는 지난 13일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 매각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이들이 희망하는 매각가는 2조 원대 중후반으로 전해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손해보험은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 중 가격이 제일 비싸다. 최근 금융권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를 희망하는 국내 업체가 그리 많지 않을 거다. 지주사 전환과 기업가치 제고 작업이 요구되는 교보생명그룹 정도로 보이는데, 교보생명 입장에서도 2조 원은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림과 함께 HMM(흠) 인수전에 도전장을 던진 JKL파트너스 입장에선 롯데손보를 빨리 팔고 싶을 것"이라며 "단기간 내 매각을 추진하려면 몸값을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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