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감서 입지 줄어든 정익희 대표…연임 가능성 '?'
임기 만료 앞두고 17일 자사주 매입, 23일 사망사고 발생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정익희 HDC현대산업개발(에이치디씨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CSO(안전보건최고책임자)의 연임이 불투명해진 눈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답변 준비 미비로 논란을 야기한 데 이어, 올해에는 자사주 매입 직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곤욕을 치르는 모양새다.

25일 HDC현대산업개발은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보고서를 공시하고 정 대표가 HDC현대산업개발 주식(보통주) 3000주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이번 매입으로 그가 보유한 HDC현대산업개발 주식은 기존 2000주에서 5000주로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 대표는 지난 17일(종가 1만230원) 장내매수 방식으로 이 같은 거래를 한 것으로 확인된다. 취득단가는 1주당 1만250원이다. 정 대표가 자사주 매입에 3075만 원을 투입한 것이다.

이는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차원의 매매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2021년 6월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 철거 건물 붕괴 사고, 2022년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 등 연이은 참사로 1만 원대로 급락했다가, 올해 5월 22일 장중 1만3170원을 찍으며 반등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하락세를 지속해 1만 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3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가안정화를 도모하고자 2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앞으로도 주주와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에이치디씨 온라인 검증 사이트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 보고서 캡처
▲에이치디씨 현대산업개발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 보고서 캡처

다만, 일각에선 오는 2024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정 대표가 연임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 대표는 지난해 초 HDC현대산업개발이 안전·환경·보건·품질 시스템 강화와 현장 시공관리 혁신을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현장 전문가다. 그는 CSO 취임 일성으로 "위기 상황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분골쇄신의 각오로 기본부터 다시 돌아보며 고객 중심의 안전과 품질이 최우선의 기업가치가 되도록 힘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이후 정 대표의 입지는 취임 초에 비해 상당히 축소된 실정이다. 그는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몽규 회장 대신 증인으로 출석해 광주 사고와 관련해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가졌지만 "소관업무가 아니라 잘 모르겠다"며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로 나와 있지만 입주자들에 대한 절박한 상황의 바깥을 돌며 대상화하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을 정도였다.

이 가운데 정 대표의 자사주 매입 직후 HDC현대산업개발의 사업장에서 사고까지 터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경북 경산 압량읍 소재 아이파크 현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노동자는 아파트 외벽방수 작업을 하던 도중 30m 높이에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현장은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인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현재 경찰은 구체적인 사망 경위 파악을 위한 수사에 착수한 상황으로 전해진다. 관련 업계에서 정 대표의 연임이 불투명해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사망사고 직전인 지난 4일 전국 현장에서 최익훈·김회언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직접 주관하는 현장 특별안전 점검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최 대표는 "안전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평소보다 더 철저히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뉴스드림]

저작권자 © 온라인 검증 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