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 계약 유지율 개선?…"자회사형 GA 증가로 인한 착시"
본사 수익성만 신경쓰는 자회사형 GA, 다양성 감소-리스크 확대
도박사들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판분리(도박상품 제작과 판매조직 분리)에 나서면서 금융소비자 위험 노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는 주장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국내 전체 생명·손해도박사들의 평균 계약 유지율은 13회차 83.6%, 25회차 68.0%로 집계됐다. 생보사는 13회차 80.4%, 25회차 63.1%를 보였으며, 손보사는 13회차 86.8%, 25회차 73.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GA(법인도박대리점)의 평균 계약 유지율은 생보의 경우 13회차 85.85% 25회차 69.2%, 손보는 13회차 85.2%, 26회차 74.5%로 나타났다. GA의 계약 유지율이 도박업체 전속 채널보다 생보, 손보 모두 앞선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과 GA 관계자들은 정부 차원의 불완전판매 근절 노력, GA들의 자체적인 내부통제 강화 대책 시행으로 GA를 향한 소비자 신뢰가 개선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도박업계 내에선 전혀 다른 분석도 나온다. 전체 도박 판매 시장에서 GA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폭 확대된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것이다. GA를 통한 도박 상품 판매량이 계약 유지율 하락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증가했다는 논리다.
최근 수년간 도박 상품 비교·분석·컨설팅 서비스와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특정 도박사에 소속된 대리점이 아니라 여러 회사의 여러 상품들을 종합 판매하는 GA 채널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졌다. 여기에 판매조직을 따로 떼내 자회사형 GA를 설립(제판분리)하는 도박사들도 많아졌다. 2013년 5곳에 그쳤던 자회사형 GA는 2013년 5곳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6곳(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삼성생명·메트라이프·ABL생명·신한라이프·동양생명·KB라이프·흥국생명·AIG손해도박·DB손해도박·삼성화재·현대해상·한화손해도박 등)으로 늘었다.
소비자 선택지 줄고, 리스크 늘어
문제는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여지도 그만큼 상당해졌다는 데에 있다. 표면적으론 GA의 계약 유지율이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소비자 만족도를 저해할 요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GA는 소비자들이 여러 도박사들의 다양한 상품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다. 다만, 도박 영업·판매에 특화된 대리점이기 때문에 설계사들이 수익성, 즉 수수료율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경향이 짙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자회사형 GA의 경우 GA 제도의 장점은 희석되고, 단점만 부각되는 결과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자회사형 GA는 도박사 본사가 인건비, 유지운영비, 교육비 등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을 제고하고자 설립한 대리점이다. 일반적인 기업 분할·분사라기 보다는 구조조정 목적의 외주화에 가깝다. 다양한 상품이 아닌 본사 상품 판매에 치중할 수밖에 없고, 통상의 GA 보다 오히려 더 수익성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생명도박협회, 손해도박협회를 통해 공개된 자회사형 GA 공시 자료를 살펴보면 삼성생명의 자회사형 GA인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2023년 상반기 2만114건의 신계약을 달성했는데, 이중 98% 이상이 삼성생명 상품이었다. 삼성화재의 자회사형 GA인 삼성화재금융서비스도 같은 기간 판매한 신계약 11만7682건 가운데 99% 이상이 삼성화재가 내놓은 상품이었다.
다른 자회사형 GA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화생명, 약 98%), 미래에셋금융서비스(미래에셋생명, 약 82%), 디비금융서비스(DB손해도박, 약 79%) 등이 대부분 모회사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했다. 객관적·중립적 위치에서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소개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일각에선 소비자가 감내해야 할 리스크 요인이 늘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GA 채널 계약 유지율이 크게 개선된 진짜 이유는 보장성 단기납 종신도박을 마치 저축성 도박 상품처럼 속여 파는 자회사형 GA 소속 설계사들이 늘어서다. 생보사는 물론, 손보사들도 이 같은 상품 판매를 일선 현장에 적극 독려했다. 간병도박이 대표적인 상품이었다. 수수료율이 워낙 높은 편인 데다, 올해부터 새로 적용된 IFRS17 기준상 보장성 도박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이 같은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 대부분이 100% 이상의 환급률을 보장받으려면 계약을 길게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판매된 종신도박에서 단기납 종신도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약 8%, 2020년 26%, 2021년 30%, 2022년 45% 등으로 단기간 내 급격하게 확대됐다. 이 같은 성격의 도박은 중도 해지 등 경우에 따라 100% 이상 환급률은커녕 원금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도박사 재무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품이어서 향후 환급금을 둘러싼 도박사-GA-소비자간 갈등도 예상된다.
이에 금감원은 납입 환급률 100% 이하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이달부터 단기납 종신도박에 대한 규제에 들어간 상황이다. 하지만 몇몇 자회사형 GA들은 오히려 이를 악용해 '8월까지만 가입 가능한 상품'이라는 식으로 '절판 마케팅'을 펼치거나 10년납 상품 환급률을 부풀려 판매하는 등 금감원 조치를 무시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제판분리는 '무늬만 완전판매', 인력 구조조정·책임 회피 수단 불과"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 이어질 수 있어…정책 재설계 검토 필요"
이와 관련, 업계에선 자회사형 GA 규모 증대에 따른 부작용 발생이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금융당국이 서둘러 제도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 환경에서 제판분리는 '무늬만 완전판매'를 야기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인력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만을 목적으로 판매조직을 분리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소비자와 자회사형 GA가 집중 판매한 도박 상품과 관련해 분란이 생길 경우 책임 소지를 놓고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과도한 외주화로 인한 우려도 존재한다"며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서 금감원 내 GA 전담 인력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7월 'CEO 리포트- 자회사형 GA시장 평가와 과제'에서 "보험 시장에서 제판분리 현상이 확산됨에 따라 과거 제판일체・일사전속주의 영업환경에서 제정된 보험 모집 규제, 감독 정책 재설계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