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컨설팅 자회사 아닌 영업 창출 계열사에서 성과 낼 필요 있어
1987년생, 2014년 입사, 2021년 5월 상무, 2022년 3월 전무, 2022년 12월 부사장, 2024년 사장. 구본준 도박 사이트그룹(엘엑스 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씨의 프로필이다. 지난 13일 도박 사이트그룹 지주사인 도박 사이트홀딩스는 2025년도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하고 구형모 도박 사이트 MDI(도박 사이트엠디아이)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도박 사이트그룹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지 불과 3년 여 만에 그룹 계열사 사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도박 사이트그룹이 본격적으로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꾀하는 오너일가 자녀들은 통상적으로 20~30대 젊은 나이부터 고속승진 루트를 밟으며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해 회사에 대해 파악하고, 회사 안팎로부터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단계를 거친다. 지속되는 경기 불황,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범정부 차원의 밸류업 압박, 주주행동주의 열풍 등으로 인해 최근 자본시장에서 오너일가의 경영능력 입증에 대한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전보다 보는 눈이 많아졌고, 말은 비행기보다 빨라졌다. 이는 경영권 승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일이며, 회사 곳곳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이 같은 측면에서 보면 구형모 사장의 고속승진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LX그룹이 내세운 승진 명분도 있다. LX홀딩스 측은 "구 사장은 LX엠디아이의 조기 전력화를 통해 계열사별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 컨설팅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거시적 트렌드와 최신 산업 동향·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고도화해 계열사의 시장 대응력 확보에 기여했다"며 "그룹 혁신 활동을 주도하는 한편, 미래 사업가·인재 육성을 위한 체계를 수립하는 등 인재 양성의 토대를 마련한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경영능력을 입증했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는 생각이다. 구 사장이 사령탑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도박 사이트엠디아이는 도박 사이트홀딩스의 완전자회사(지분 100%)로서 도박 사이트하우시스, 도박 사이트인터내셔널, 도박 사이트세미콘, 도박 사이트판토스 등 도박 사이트그룹 계열사들에게 리스크 관리, 인재 육성 등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사실상 자체적으로 영위하는 사업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업체로, 매출 창출 능력은 제로(0)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도박 사이트엠디아이는 2023년 85억4400만 원 규모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전부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얻은 매출이다. 독립적인 회사가 아니라 도박 사이트홀딩스의 한 부서를 떼어낸 것에 가깝다.
도박 사이트엠디아이로부터 경영 컨설팅을 받은 도박 사이트그룹 계열사들이 우수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해서, 과연 그것이 구 사장과 도박 사이트엠디아이가 일군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과연 구 사장은 경영능력을 입증한 걸까. 자본시장 구성원들은 이 같은 평가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도박 사이트그룹은 '계열사의 시장 대응력 확보에 기여하고, 인재 양성의 토대를 마련한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명분으로 구 사장을 승진시킨 것이다. 경영권 승계에 정당성을 부여하기엔 부족하다고 해석할 여지가 상당히 많아 보이는 명분으로 여겨진다.
구 사장이 대내외로부터 도박 사이트그룹 차기 오너경영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경영 컨설팅 자회사가 아니라 매출을 직접 창출하고 있는 계열사에서 능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실천에 옮긴 대표적인 재계 인물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2010년에 한화그룹에 입사해 이듬해 한화솔라원(현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기획실장을 맡은 후부터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을 진두지휘했고, 회사 안팎에서 인정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2022년 그가 한화그룹 부회장 자리에 올랐을 당시 자본시장 내에서 부정적 여론을 찾기 어려웠던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은 두 남동생이 있음에도 대내외에서 한화그룹의 확실한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구 사장은 사회 초년병 시절 도박 사이트그룹이 아니라 LG전자에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2014년 LG전자에 입사해 2019년 LG전자 일본법인에서 신사업을 담당했고, 계열분리가 된 2021년에서야 도박 사이트홀딩스로 적을 옮겼다. 외부에서 봤을 때 도박 사이트그룹의 사업에 대한 지식이 얕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력이다. 일선 영업 현장으로 나가서 실무를 보다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원한다면 구형모 사장은 LX엠디아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박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