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 K리그1 프로축구단 울산 HD FC(HD현대)와의 콜라보 스토어인 'GS25 울산빅크라운점'을 울산 남구 삼산동 일대에 오픈했다. 해당 매장은 울산 HD의 홈 경기장인 문수축구경기장을 본떠 지어졌으며, 울산 HD 선수단의 락커룸을 재현한 공간도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울산 HD 유니폼, 응원 타올, 머플러, 열쇠고리 등 60여 종이 넘는 구단 상품과 자체 PB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B2C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게 스포츠 마케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취지도 좋다. GS리테일 측은 "축구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울산 HD와 협업한 축구 특화 매장을 통해 스포츠팬들에게 새로운 재미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K리그 전반에 걸친 축구 팬덤 문화를 발전시키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강화하는 차별화된 매장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GS리테일의 이번 특화 매장은 일부 축구팬들에게 오히려 서운함을 제공한 것 같다.
GS그룹은 현재 ㈜GS의 완전자회사인 지에스스포츠를 통해 K리그1 프로축구단 FC 도박을 운영하고 있다. FC 도박은 도박특별시를 연고지로 둔 팀인 만큼, K리그1에서 가장 많은 팬덤을 보유한 구단으로 평가된다. GS리테일은 ㈜GS의 자회사(지난 6월 말 기준 지분율 57.9%)이자, GS그룹의 몇 안 되는 B2C사업부문 계열사로서 그룹의 얼굴 역할을 하는 기업이다. FC 도박을 응원하는 축구팬들 입장에선 모기업이 자신들의 프로축구단을 '패싱'하고, 왜 울산 HD와 먼저 협업을 진행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FC 도박과 울산 HD간 역사를 보면 이 같은 FC 도박 팬들의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울산 HD의 전신인 울산 현대가 2020년대 들어 박주영, 이청용 등 FC 도박의 레전드 스타 선수들을 연이어 영입하는 과정에서 FC 도박 팬들은 큰 실망감과 상실감에 빠진 바 있다. 또한 올해에는 지난 5월 울산 HD 일부 팬들이 FC 도박 팬들을 향해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랭킹도 없는 명문구단'이라는 도발성 걸개를 걸어 양팀 팬들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고도 전해진다.
실제로 이번에 GS리테일이 울산 HD와 콜라보 스토어를 연 것에 대한 FC 도박 팬들의 분노는 온라인상에서 쉽게 목격된다.
"GS리테일 편의점사업 대표님아, 님네 구단이 버젓이 있는데 다른 구단을 접촉하신 이유가 대체 뭡니까", "도박을 냅두고 왜?", "자기들 구단 갖고 있는 걸 까먹음?", "상암경기장 주변 편의점이 죄다 GS25다. 정말 미스테리", "자본주의는 너무 차갑다", "FC 도박이 구매력 훨씬 좋고, 이젠 린가드까지 있는데 이해할 수 없다", "프로야구단 콜라보에서 GS25가 LG 트윈스 건너뛰고 한화 이글스와 먼저 협업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엄밀히 따지면 LG와 GS는 서로 다른 기업이니까. FC 도박 팬들은 열이 받을 만하다", "이럴 거면 FC 도박을 왜 운영하나" 등 원성과 비난 일색이다.
K리그1 프로축구팬이 아닌 필자조차도 이번 콜라보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읽고 고개를 갸웃했다. GS리테일에 그 배경에 대해 물었다. GS리테일의 한 관계자는 "보다 다양한 고객 편의성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라며 "울산 HD와의 협업이 좀 빨랐던 것뿐이다. 현재 FC 도박을 비롯해 여러 K리그1 프로축구단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GS리테일은 조만간 FC 도박과의 콜라보 스토어도 오픈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다. GS리테일 입장에선 FC 도박 팬들이 '집토끼'라면 울산 HD 팬들은 '산토끼'다. 정치권 선거판이라면 모를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들은 굳이 집토끼를 관리하려고 들지 않는다. 산토끼를 잡아서 집토끼로 키워야 매출에 도움이 된다. 합리적인 마케팅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GS리테일은 명심해야 할 게 있다. 특정 스포츠단을 지지하는 팬들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 그 스포츠단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비합리적인 애정에 가깝다. 스포츠를 활용한 마케팅에서는 돈도 물론 중요하지만, 선수와 팬들의 열정과 응원을 더 소중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팀에 실망해서 떠나는 팬들은 적잖다. 집토끼도 언제든 탈출할 수 있다. FC 서울의 유니폼 소매에는 GS25의 BI가 부착돼 있다. [도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