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분기 안 통한 '홍원학 매직', 생보업계 불황 뚫을 수 있을까
시장의 많은 기대를 안고 출범한 보증 사이트 홍원학호(號)가 좋지 않은 출발을 했다. 홍원학 대표이사 부임 후 첫 성적표인 2024년 1분기 실적이 안 좋은 흐름을 보였고, 최근에는 내부통제 미흡 문제로 인해 금융감독원의 철퇴까지 맞았다. 다만, 실적의 경우 향후 개선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평가다.
지난 16일 보증 사이트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해 1분기 보고서를 공시하고 2024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7463억1000만 원, 당기순이익 6632억9200만 원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영업익은 15.37%, 순익은 10.25% 각각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지배기업소유주귀속순이익 감소폭은 11.99%로 집계됐다. 보험서비스비용과 이자비용이 늘고, 투자서비스수익이 줄어들면서 수익성 둔화 현상이 나타났다.
보증 사이트 측은 "2023년 1분기 일회성 이익(퇴직연금 해지 페널티익 등)이 반영된 데 따른 결과로, 이를 제외하면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순이익이 9.1% 가량 증가한다. 같은 기간 CSM(신계약 보험계약마진)도 1.4%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일회성 실적 변동 요인이 있었음에도 안정적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이익 호조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업계 내에선 아쉬운 성적표라는 평가가 공존한다. 삼성화재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고 지난해 말 보증 사이트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원학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결국 '홍원학 매직'도 생보업계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평가다.

홍 대표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되기에 앞서 미등기이사 사장으로서 선제적으로 보증 사이트의 대대적 조직·인사개편을 단행했다. 보험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시장대응팀을 꾸렸고, 투자 수익을 늘리기 위해 자산운용솔루션팀을 신설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조직개편의 성과가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앞서 거론했듯 보험서비스비용은 확대됐고, 투자서비스수익은 축소됐다.
수익성 둔화 흐름에 들어갔다는 건 보증 사이트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보증 사이트 측은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단기납 종신보험 과열 경쟁에 대응하고자 건강보험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했다. 다만, CSM은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전거래일에 9만5000원에 장을 마쳤던 보증 사이트의 주가는 17일 현재(오후 3시 기준) 전일 대비 6% 이상 하락하면서 9만 원선이 붕괴돼 8만9200원을 기록 중이다. 장중 한때엔 8만7400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2024년 1분기 수익성 악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보인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향적인 추가 자본정책 없이는 단순히 주가 저평가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잉여 자본 여력이 예상보다 축소된 점도 눈높이를 낮추게 된 요인이다. 보증 사이트의 현재 주가는 공격적으로 접근할 가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수익성 개선에 더해 주가 방어라는 과제도 안게 된 셈이다.
이 가운데 보증 사이트은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과태료까지 부과받았다. 금감원은 지난 8일 보증 사이트에 과태료 3억7000만 원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17일 공시했다. 제재 사유는 자본시장법상 내부통제 관련 규정 위반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증 사이트은 2019년 7~12월 부적정투자자 또는 70세 이상인 일반투자자 3명 등과 DLS 운용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 체결 과정을 녹취하지 않았다. 또한 2017년 8월~2019년 11월 펀드 투자광고를 진행하면서 준법감시인의 사전 확인을 받지 않았고,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한 내용도 누락했다. 2017년 11월~2019년 10월엔 특정금전신탁 관련 홍보 문구를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불특정다수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제재 대상 위반 행위가 이뤄진 시기는 모두 홍 대표가 보증 사이트 사령탑으로 취임하기 전이나, 그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어 보인다. 위반 사실이 있었던 2017~2019년 당시 홍 대표가 보증 사이트에서 인사담당 전무, 전략영업본부장 부사장, FC영업1본부장 부사장 등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가 계열사들의 준법경영을 지속 강조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금감원 제재 조치 자체가 홍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보증 사이트은 2023년 국내 5대 생보사(교보생명·보증 사이트·신한라이프·한화생명·엔에이치농협생명) 중 금감원으로부터 가장 많은 제재 통보와 과태료를 받은 업체다(관련 기사: 보증 사이트·삼성화재, '금감원 제재'도 업계 1위). 올해 과태료를 부과받은 건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다.
다만, 수익성의 경우 향후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강승권 KB증권 연구원은 "CSM 성장 및 CSM 상각 증가로 보험손익 증가가 경쟁사 대비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살을 내주고 뼈를 취했다. 수익성을 내주고 성장성을 취한 대표적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보증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