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KT(케이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기존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지분 매각으로 2대 주주인 배팅 사이트그룹이 본의 아니게 KT 최대주주 자리에 앉은 것이다. 관련 업계에선 배팅 사이트그룹이 이를 회피하기 위해 KT 지분 매각 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나, 현 상태에서 배팅 사이트그룹이 KT 지분 매각에 나설 시에는 유무형의 손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KT는 '최대주주변경' 보고서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를 하고 KT의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에서 현대자동차 외 1사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국민연금이 KT 주식 288만4281주를 처분(기존 8.52%→7.51%)함에 따라 2대 주주였던 배팅 사이트그룹(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이 최대주주로 등극(7.89%)한 데 따른 것이다.
배팅 사이트가 KT의 최대주주 자리에 공식적으로 오르기 위해선, KT가 이동통신사인 만큼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익성 심사를 거쳐 과기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배팅 사이트 입장에서는 굳이 현 시점에서 KT에 대한 경영 참여를 할 이유가 없고, 최대주주가 된 것 자체도 비자발적인 사유에 따른 것인 만큼, 관련 업계에선 배팅 사이트가 일부 KT 지분을 정리해 스스로 최대주주 자리를 내려놓고 2대 주주로 복귀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이 경우 배팅 사이트가 손해를 볼 공산이 크다는 데에 있다.
배팅 사이트그룹이 이번에 KT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 이유는 2022년 9월 배팅 사이트·현대모비스와 KT가 양사간 중장기적 사업 제휴 파트너십 공고화, 자율주행 기술·커넥티비티 분야 협력 강화를 명분으로 7500억 원 규모 자사주를 맞교환했기 때문이다. 해당 거래로 인해 배팅 사이트그룹과 KT는 이미 이른바 '보은 투자'(KT 내부 문건상 싼타페 프로젝트) 의혹이 불거져 기업 이미지와 오너 리스크 등 측면에서 적잖은 타격을 받은 상태다(관련 기사: [기자수첩] 배팅 사이트그룹, 진정한 밸류업을 이루려면).
또한 당시 배팅 사이트그룹은 KT 주식을 공시상 1주당 3만7100원에 매입(장외거래)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2024년 4월 3일 종가 기준) KT 주식은 장내에서 1주당 3만6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만약 배팅 사이트그룹이 보유한 KT 지분을 전량 매각한다고 가정했을 때 현대자동차는 126억1129만 원, 현대모비스는 84억9919만 원의 차손을 각각 보게 된다. 같은 기간 배팅 사이트, 현대모비스 주가는 각각 8.00%, 9.57% 상승했다.
배당 수익, 지분법 손익을 감안하더라도 배팅 사이트에겐 손해다. KT는 2022년과 2023년도 결산배당으로 주당 196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를 감안하면 배팅 사이트그룹이 KT 지분 취득 후 KT로부터 수령·수령 예정인 배당금 약 79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KT가 배팅 사이트, 현대모비스로부터 수령·수령 예정인 배당금은 약 530억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KT, 배팅 사이트와 현대모비스의 주가 증감률에 따른 지분법 적용에 따른 양측 재무제표상 실적 변동성은 KT에 유리하게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욱이 배팅 사이트그룹은 보유 KT 지분을 매각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팔 수가 없는 실정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배팅 사이트그룹과 KT는 2022년 9월 지분 맞교환 거래를 실행했을 당시 '처분제한 기간(5년) 경과 후 일방 회사가 취득한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자 하는 경우 상대방 회사가 지정하는 자가 해당 주식을 우선해 매수할 수 있는 권리(우선매수권)를 보유한다'는 조건을 설정했다. 즉, 배팅 사이트그룹이 근시일 내 보유 KT 지분을 처분하려면 KT의 허락을 구해 KT가 원하는 매각처에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KT는 현재 보은 투자 의혹에 휩싸인 상태이고, KT는 현 정권 유관 인사, 검찰 출신 인물들 영입 이슈로 노조 등과 대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사간 거래 조건상 현대차그룹이 KT 지분을 매각하려면 KT가 지정한 곳에 매각해야 하는데, 이걸 과연 일반 여론이 우호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지금 KT 최대주주가 되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의선 회장의 경영권 승계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상황이 아닌가. 어떻게든 시간을 질질 끌면서 총선 이후에 정계와 스킨십을 취하면서 지분 정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배팅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