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2023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 결과 국내 건설업계 내 불공정 관행이 개선됐다고 발표했지만, 공정위로부터 관련 혐의로 인해 경고를 받은 대형·중견건설사들은 오히려 증가한 모양새다. 지난해 국내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불황 영향으로 하도급대금 지급 여건이나 조건이 악화된 실정인 만큼, 관계당국이 하도급문화 퇴행을 막기 위해 보다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공정위 온라인사건처리시스템을 살펴보면 2022년 하도급거래를 대상으로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실시된 2023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에서 DL이앤씨(구 대림산업), 롯데건설, 대방건설, 반도건설, 쌍용건설, 금강주택, 대보건설 등 업계에서 시공능력과 인지도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되는 건설사들의 갑질 행위가 적발됐다. 공정위는 최근 이들에게 모두 경고 처분을 내렸다.
금강주택은 68개 하청업체들에게 하도급대금에 대한 지연이자 1억3851만 원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DL이앤씨는 39개 협력사에게 지연이자 4578만 원을 미지급했다. 롯데건설은 1개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제때 주지 않았고, 3개 사업자에 대해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다. 대보건설은 설계변경·물가변동을 이유로 발주사로부터 도급대금을 증액받았음에도 하청업체의 하도급대금을 증액하지 않았다. 이밖에 대방건설(지연이자 383만 원), 쌍용건설(지연이자 220만 원), 반도건설(하도급대금·지연이자 55만 원) 등도 비슷한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이는 업계 전반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들이다. 공정위는 지난 8일 2023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급사업자의 95.5%는 원사업자가 대금 지급 법정기일을 준수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수급사업자의 41.6%는 법정기일을 초과한 경우 지연이자·어음할인료·어음대체결제수수료 등을 전부 지급받았다고 응답했다"며 "전년 대비 큰폭으로 상승해 대금 지급과 관련된 법 준수 상황이 개선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시공능력평가 순위와 인지도가 높은 건설업체들이 이번 조사를 통해 공정위로부터 무더기 경고를 받은 것이다. 전년과 비교해도 그 규모가 늘어난 보인다. 실제로 2022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를 통해 경고를 받은 대형·중견건설사 중 눈에 띄는 업체는 롯데건설, 호반건설, HL디앤아이한라(HL D&I한라, 구 한라건설), 라인건설, 창성건설 정도이며, 이들 5개 업체의 미지급금을 모두 합쳐도 이번 조사에서 경고를 받은 금강주택에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이 같은 불공정거래들이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 있다. 공정위는 "2023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에서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77.3%로 전년(86.4%) 대비 감소했다. 원가율 상승 등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현금지급 여건이 악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태영건설의 사례에서 보듯 건설현장에서 현금이 메마르면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건 건설 생태계 최하단에 있는 하청업체와 재하청업체, 그리고 현장 노동자들이다. 지난해보다 2024년이 더 어려운데, 어려움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원청의 갑질이 횡행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면밀하게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박 사이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