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러 주주들이나 소액주주들도 굉장히 많고 종업원도 많은 상장 법인의 CEO를 하다 보니까 어떤 일을 처리할 때 부당하게 지출을 하게 되면 다른 많은 당사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꼴이 되고, 또 개인으로도 때로는 배임의 죄책을 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꼭 적법하게 일을 처리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이익을 많이 내는 게 목적이 아니고요. 그래서 이 건을 해결하기 위해 저희가 양보를 해서 이런 안을 만들어 왔습니다. (중략) 판정 결과에 승복해서 저희가 지불을 하고 그에 따른 손해는 저희가 감수를 하겠습니다.

(중략) 저도 정의를 생각하고, 그 다음 상생을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게 법으로만 다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마음에 담고 살지만, 그래서 저희가 겪는 일들 중에 상당한 부분은 할 수만 있다면 외주업체들에게 프랜들리하게 해결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그 사안들은 저희가 보기에도 저희 입장에서 너무 억울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나름 정의의 감정으로 버티고 버틴 것입니다."

2020년 국회 국정감사 당시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은 하도급 갑질, 친동생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 휩싸여 정무위원회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임 부회장은 위와 같은 발언을 연거푸 해 국토위와 건설·부동산 출입기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거 같은, 숫자에 능하고 꼼꼼한 것으로 정평이 난 수재(秀才)의 입에서 나오리라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말들이었다. 젊은 시절 건강이 안 좋던 부인을 보살피고, 처가에 도움이 되고자 검사직을 일찍 내려놓고 LG가(家)에 몸을 담은 것이라는 소문이 괜히 돈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0일 국회 국토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병용 지에스 보증 사이트 부회장(오른쪽). 왼쪽은 이한준 엘에이치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국회의사중계시스템 화면 캡처
▲지난 10일 국회 국토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병용 지에스 건설 부회장(오른쪽). 왼쪽은 이한준 엘에이치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국회의사중계시스템 화면 캡처

그로부터 3년이 흐른 2023년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임 부회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지난 10일 출석했다. 임 부회장은 "참담하고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깊이 생각한다. 사고 이후 여러 가지 처리할 일이 많다 보니 아직 (입주예정자 보상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당연히 할 것"이라며 "전면 재시공하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시행사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의 법적 분쟁을 예고하는 발언도 있었다. 그는 "(사고에 대해) 소명할 부분이 있어 청문회나 법원에서 하려고 한다"며 "(부실공사 책임 여부는)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는 무관하며, (입주예정자 보상은) LH와 GS건설이 따로 논의해서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GS건설은 시공사로서 (입주가) 지연되는 부분에 대해 배상하고, LH는 사업 시행자로서 계약 관계에 있는 입주자에게 배상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LH 측도 비슷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날 국감장에 출석한 이한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LH가 GS건설과 협의해 중도금 이자와 대출을 포함한 대위변제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국토위원이 질타하자 "GS건설과 협의해 결정할 사항이다. 대위변제는 극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시행사인 LH와 시공사인 GS건설간 법정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막대한 돈이 걸린 문제인 데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비용 책임을 둘러싼 양 기관간 소송전은 상당히 길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입주예정자들이다. 이들은 당초 오는 12월 말 새 아파트에 이사를 가기로 돼 있었고, 그 일정에 맞춰 가계 자금을 계획하고, 직장과 아이들 학교 문제를 조정하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LH와 GS건설의 부실시공으로 그들의 모든 계획은 엉망이 됐고, LH와 GS건설의 법정 공방 예고로 그들의 삶엔 불확실성이 가득 차 있게 됐다.

3년 전 임병용 부회장의 일성처럼 모든 것이 다 그렇게 법으로만 되는 세상이 아니다. 정의를 생각하고, 그 다음 상생을 생각해야 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GS건설이 정의의 감정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보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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