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가능성↑…불확실성 커져

▲네이버페이 증권 홈페이지 화면 캡처=도박
▲네이버페이 증권 홈페이지 화면 캡처=도박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오는 2025년 IPO(기업공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여기에 조기 대선 가능성이 언급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일부 기업들은 상장 시기를 재검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前)거래일 대비 36.10p(1.44%) 하락한 2464.00으로 장을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도 13.65p(1.98%) 내린 677.16로 하락 마감했다. 전날 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해제 사태에 혼란에 빠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증시를 떠난 탓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코스피 현물 시장에서 4088억 원을, 선물 시장에서 4990억 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코스닥 현물 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 자금 155억 원이 빠졌다. 이처럼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기관과 개인의 매수세도 지수를 방어할 순 없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게 중론으로 여겨진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승리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진입한 상황 속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 얼음물을 끼얹는 대형 정치적 이벤트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계엄령은 해제됐으나 법리 논란 등 후폭풍이 클 것이다. 고객들의 자금 이탈 우려가 상존하며 주식 시장은 불확실성에 따른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시장 유동성을 고려할 때 외국인의 투자금 회수가 실현될 경우 낙폭을 확대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PO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큰손'으로 분류된다. 공모주 시장은 외국인들 놀이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은 몸값을 후하게 받길 원하는 기업들에게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내년 국내 공모주 시장에는 'IPO 대어'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 CNS, DN솔루션즈, SGI서울보증보험, 케이뱅크 등이 대표적이다. 재무 전문가를 CEO로 새롭게 선임한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등도 거론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낙관적인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나정환·김병연 NH농협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 계엄령 선포 이슈가 빠르게 해소돼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 이번 이슈는 한국 주식 시장의 펀더멘털 변화 요인이 아닌 만큼 매수 대응이 유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변동성 확대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의회 권력을 쥔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지 않을 경우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등 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보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하야든, 탄핵이든 조기 대선 정국이 펼쳐지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선거 등 대형 정치적 변수는 IPO 시장 구성원들에게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IPO를 준비 중인 기업들에겐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정치적 압박을 조금이라도 덜 받기 위해 선거 일정에 맞춰 상장 시기 등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조기 대선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큰 IPO는 오랜 기간 시장 조사를 진행한 이후에 상장 시기를 잡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예기치 못한 대형 변수가 생겼다. 지금껏 준비한 시장 조사들이 모두 헛수고가 돼 버린 셈"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된 이후에 상장 작업을 재추진하는 기업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한 쪽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선거라는 점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 권력을 모두 손에 얻은 새로운 정부여당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 현재로선 예상하기 쉽지 않다. 상법 개정 추진 등과 같은 정책들이 쏟아지면 투자자들, 오너 등 기업 의사결정권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 재무구조와 비전 자체가 튼튼하다면 정치적 불확실성은 IPO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들의 이탈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적 원인이 한국 정치에 있다는 인식이 외국인들 사이에서 자리잡게 되면 증시 불안이 회복되기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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