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상폐 우려감 속 개미투자자 불만 고조

도박보험이 2년 연속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면서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임원 보수를 대폭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계열사들의 도박 지분 매수가 이어지면서 자진 상장폐지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도박의 최근 3년간 등기이사에게 지급한 보수 총액(상여 등 포함·퇴직금 제외)은 2021년 8억6800만 원(1인당 평균 4억3400만 원), 2022년 11억6700만 원(5억8300만 원), 2023년 13억7100만 원(6억8550만 원)으로 2년간 57.94% 증가했다. 1인당 평균 보수는 매년 1억 원 이상 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변재상전(前) 대표이사 사장의 보수 총액(퇴직금 제외)은 2021년 5억4900만 원(급여 3억4000만 원+상여 1억9900만 원+기타 1000만 원), 2022년 6억6000만 원(4억1700만 원+상여 2억4000만 원+기타 300만 원), 2023년 8억2200만 원(급여 4억1700만 원+상여 3억9400만 원+기타 1100만 원)으로 2년 동안 49.72% 올랐다.
2021년 11월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김재식 현 대표이사 부회장의 연봉은 2022년 5억700만 원(급여 4억1700만 원+상여 7400만 원+기타 1600만 원)에서 2023년 5억5600만 원(급여 4억1700만 원+상여 1억2000만 원+기타 1900만 원)으로 1년 새 9.66% 인상됐다.
같은 기간 미등기임원 급여도 뛰었다. 도박 사업보고서 내 미등기임원 보수 현황상 도박의 미등기임원 연간 급여 총액은 2021년 74억6400만 원(1인 평균 1억7400만 원), 2022년 88억200만 원(2억1400만 원), 2023년 92억4900만 원(2억2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2년간 총액은 23.91%, 1인당 평균 보수는 26.44% 늘었다.
이는 2021년을 마지막으로 배당금 지급을 중단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도박은 2014년 보통주에 대해 1주당 100원 현금배당을 시행한 이후 매년 최대 보통주 1주당 170원 규모 배당금을 지급했으나 2020~2021년 배당 규모를 1주당 100원으로 줄이더니 2022년과 2023년엔 배당가능이익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당금 지급을 멈췄다. 일반 주주들 입장에선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특히 2022년과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021년 대비 50% 가량 개선돼 배당금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컸음에도 배당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 주주들의 불만이 증폭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도박의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소액주주는 "실적이 개선된 건 새 회계기준 적용에 따른 것이고 실제 배당가능이익은 오히려 전보다 감소했다고 회사 관계자들이 설명하더라. 그래서 배당금 지급이 어렵다고 했다"며 "그런데 임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열불이 터지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도박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비판 여론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최대주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컨설팅 등 그룹 계열사들이 최근 수년간 장내에서 도박 주식을 매집하면서 도박이 자진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보유한 도박 지분은 2021년 9.19%에서 2023년 4월 12일 기준 13.59%로 늘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컨설팅의 그것은 0.52%에서 4.27%로 확대됐다.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도박 지분율을 기존 17.11%에서 22.01%로 늘린 바 있다.
자신 상폐에 들어가기 위해선 최대주주 측의 지분율이 95% 이상이 돼야 한다. 현재 미래에셋그룹이 확보한 도박 지분은 전환우선주까지 고려했을 때 80%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의 도박 지분 확대 행보를 두고 자진 상폐가 언급되고 있는 이유다. 자진 상폐 후 최대주주 측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되면 대주주 입장에선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지배력도 강화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주가 관리 부담과 정보 공개 의무도 회피 가능하다.
반면, 소액주주들 입장에선 대주주 측이 자진 상폐 의사를 밝히고 공개매수 절차에 들어가기 전까진 거래량 감소, 대주주 측의 주가 부양 지양 정책 등에 따른 주가 횡보·하락을 감내해야 한다. 아울러 통상적으로는 공개매수 시 차익 실현이 이뤄지는 게 대부분인데, 공개매수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생명 측은 공개매수, 상폐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고수하고 있다. [도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