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의 남자'로 통하는 송창현 현대자동차 SDV본부장 사장 겸 포티투닷(42dot) 대표가 도박 사이트·기아 R&D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송 대표가 제시한 비전에 의구심을 갖는 내부 구성원들이 상당한 만큼, 이를 해소하는 게 그의 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도박 사이트·기아는 지난 16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R&D 조직 개편안 설명회를 열고 양사 내 연구개발 조직을 SW(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통합 개편키로 했다고 내부 구성원들에게 밝혔다. 그간 도박 사이트·기아 CTO(최고기술책임자) 주도 하에 연구개발이 추진돼 왔는데, 앞으로는 이번 개편으로 신설된 AVP(Advanced Vehicle Platform)본부가 해당 역할을 맡는다. AVP본부는 기존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본부와 CTO 산하 차세대 혁신 제품 개발 조직을 합쳐 구성됐다. 기존 CTO 조직은 R&D본부로 전환돼 R&D 기본 경쟁력 확보와 양산 관련 개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도박 사이트그룹은 도박 사이트·기아의 새로운 R&D 컨트롤타워가 된 AVP본부의 첫 수장으로 송 대표를 낙점했다. 그는 정의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로, 도박 사이트그룹은 2021년 전사 모빌리티 기능을 총괄하는 TaaS본부를 꾸리면서 당시 그룹 밖에서 포티투닷을 이끌던 이방인 송 대표에게 사장 자리를 맡겼다. 이후 도박 사이트는 2022~2023년 1조4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포티투닷을 품에 안았다.
관련 업계에선 이번 개편도 사실상 정 회장이 송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도박 사이트그룹 측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라며 "본부 대 본부의 협업 방식에서 벗어나, R&D 원 팀 체제에서 미래 모빌리티 혁신 개발을 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송 대표가 도박 사이트·기아 R&D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 눈치다. 그룹 내에 그를 향한 불신의 눈초리가 상당해서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12월 28일 김용화 CTO를 선임 6개월 만에 전격 경질하자,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수면 위로 부상한 바 있다. 같은 달 30일 자신을 현대자동차 소속 직원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현대차 승계와 연구소 이슈'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SDV 강조하면서 힘을 더 실어주려고 하던 찰나, 비전 발표를 위해 목표 시점 설정하는 데 걸리적거리는 사람을 보고받고 날렸다. 기존 현차 조직 구조를 다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현대차는 껍데기만 남기는 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글엔 이 같은 주장을 옹호하는 다른 현대차 직원들의 댓글이 무수히 달렸다(관련 기사:[2024 기업전망] 정의선 승계·신사업 성과·내부 결속…도박 사이트 '과제 산적' ).

이번 개편에 대한 도박 사이트·기아 구성원들의 불만을 엿볼 수 있는 글도 지난 16일 R&D 조직 개편안 설명회가 끝난 뒤 게시됐다. 글 작성자는 "한국에 와서 하면 될 걸 미국에 얼마나 더 오래 있으려고 영상으로 PPT를 띄워 놓고 연구소 4200명을 대상으로 송 대표가 설명회를 진행했다. 매우 주관적 감상이지만 '내가 계몽을 시켜주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걸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데 '이게'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며 "지금 이대로 가면 위기라는 말과 함께 청사진을 설명했지만 무엇이 위기이고 타사 대비 무엇이 부족하며 그걸 채우기 위해 왜 기존의 조직이 통폐합돼야 하는지 설명이나 인사이트는 없었고, 해묵은 수직계열화 이야기를 꺼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동차의 기능들을 프론트엔드와 같이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HW(하드웨어), SW 분리를 운운했는지 모르겠으나 우린 HW를 파는 제조업이다. HW의 분리는 진일보한 차량개발을 위함이 아니라 그저 자신(송 대표)의 헤게모니 수립을 위한 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왜 김용화 CTO 등이 굳이 직이 날아가면서까지 그에게 대항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업계에선 R&D 조직 통폐합을 통한 효율성 제고도 중요하지만 조직간, 구성원간 유기적 화합과 시너지 창출을 이루는 게 급선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 설명회를 비판하는 익명 게시판 글에 도박 사이트·기아 직원들의 '좋아요'가 1000개 가까이 붙은 것으로 들었다. 변화와 혁신도 좋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존에 현대자동차의 성장을 이끌어온 R&D 조직 구성원들이 SDV라는 개념, 송 대표라는 생소한 사람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지금처럼 일방통행으로 갔다간 조직 분위기가 급격하게 어수선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의선 회장은 2024년 신년사에서 올해를 SDV 체질을 갖추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 혁신을 이어가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석해선 SW 중심 대전환을 위한 그룹 중장기 전략을 실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도박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