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 현상으로 국민 시름이 깊어 간다. 정치권도, 재계도 작금의 경기 침체를 엄중하게 직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고 미흡했다"며 경제 위기 현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제와 민생이 총체적 위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국내 4대 그룹의 2023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5% 가량 감소한 실정이다. 이에 삼성, SK 등 재벌 대기업집단 주요 계열사들은 임원 보수 한도를 삭감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일제히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온 국민이 위기 의식을 갖고 긴축에 들어간 이 시국에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공기업이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ALIO)를 살펴보면 LH(엘에이치)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24년도 예산안상 정규직(일반정규직) 직원 1인당 평균 보수액으로 8010만 원을 책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11.42% 증가한 수준이다. 기본급은 9.5%, 고정수당은 38.77%, 성과상여금은 8.86% 각각 인상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은 임직원 부동산 투기 사태 속 2020년 7853만 원에서 2021년 6958만 원으로 대폭 줄어든 이후 2022년 7154만 원, 2023년 7189만 원으로 매년 상승했다. 그리고 올해에는 8000만 원대에 진입할 예정인 것이다. 2021년 대비 2024년 인상률은 15.12%다.
사장(기관장)을 비롯한 상임 임원들의 평균 연봉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LH 상임 임원 평균 보수는 2020년 1억8924만 원에서 2021년 1억438만 원으로 삭감됐다가 2022년 1억1482만 원, 2023년 1억784만 원, 2024년(예산안) 1억1399만 원으로 반등했다. 2021년 대비 2024년 인상률은 9.20%다. 특히 기관장의 기본급이 2023년 1억2598만 원에서 2024년 1억3757만 원으로, 같은 기간 상임이사·감사의 기본급이 1억78만 원에서 1억1006만 원으로 각각 1000만 원 가량 인상된 게 눈에 띈다.
이는 민간기업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라는 생각이다. LH의 매출은 2021년 27조3459억 원, 2022년 19조6263억 원, 2023년 13조8840억 원으로 3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수익성 악화는 더 심각하다. 영업이익은 2021년 5조6486억 원, 2022년 1조8128억 원, 지난해 436억7200만 원으로 3년새 99.23% 급감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87.61% 줄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건설사들의 토지대금 연체액이 확대된 영향이다. 이처럼 심각한 실적 부진 현상을 겪고 있음에도 LH는 임직원 급여를 올린 것이다.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연봉을 반납하고, 직원들은 급여 삭감과 구조조정 칼바람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민간기업의 현실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같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한국도로공사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336억3500만 원, 2022년 637억1500만 원, 2023년 1187억5300만 원으로 최근 3년간 매년 확대됐다. 하지만 기관장을 비롯한 상임임원들의 평균 연봉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1억6000만 원으로 동일했으며, 올해 예산에도 같은 수준으로 잡혔다. 정규직(일반정규직) 직원 1인당 평균 보수액은 2021년 4053만 원, 2022년 4582만 원, 2023년 4844만 원, 2024년(예산안) 4848만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대비 2024년 인상률은 19.62%다.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의 연봉 인상률이 높은 이유는 실적수당(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수당)이 47.06%(2021년 723만 원→2024년 1063만 원) 올랐기 때문이다. LH 직원의 실적수당은 2021년 204만 원에서 2024년 181만 원으로 줄었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건 당분간 저조한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LH가 임직원 연봉 인상 결정을 내렸다는 데에 있다. LH가 작성한 2023년 재무감사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LH 측은 "수익성 악화, 당기순손실 등 재무악화가 예상됨에 따라 장기간 부채로 인식되고 있는 원가충당부채에 대한 회수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재무건전성에 곧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걸 알고도 인건비 지출을 확대한 셈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국민들의 국토와 국민들의 세금을 사용해 운영되는 공기업이다. LH의 수입·지출 현황을 보면 2023년 LH의 총수입(42조9392억 원) 가운데 정부 지원(직접지원+간접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9.40%(21조2143억 원)에 이른다. 더욱이 LH는 임직원 부동산 투기 사태에 이어 지난해에는 아파트 철근 누락·전관 예우 사태를 야기하며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바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극도의 실적 부진에도 임직원 연봉을 인상하는 게 과연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처사인지 이한준 사장 이하 LH 구성원들은 재고해야 할 것이다. [뉴스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