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공조·에어컨 업체인 한온시스템이 겹악재에 직면했다. 2021년부터 시도하고 있는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어닝쇼크까지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한앤코오토홀딩스유한회사)의 대표이사이자, 한온시스템의 이사회 멤버인 한상원 이사는 회사 의사결정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온시스템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한상원 기타비상무이사는 2023년 5월과 8월 두 차례 열린 한온시스템 정기 이사회에 모두 불참했다. 한 이사가 한온시스템 이사회에 얼굴을 비추지 않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는 2021년 8월(2분기) 개최된 정기 이사회에 마지막으로 참석한 이후 2021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8분기 연속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처럼 한 이사가 회사 의사결정 체계에서 자취를 감춘 사이 한온시스템 이사회는 사채 발행, 은행 차입, 사업계획 승인, 재무제표 승인, 배당 승인, 안전보건계획 승인 등 통상 안건 외에도 여러 굵직한 사안들을 처리했다.
'대진유니텍 소송 합의'(2021년 9월 임시 이사회), '러시아 법인 청산'(2021년 3분기 정기), 'Hanon Global 여신한도 갱신·증액/한온 Coclisa 지급 보증'(2021년 4분기 정기), '포르투갈법인 정부 계약 체결'(2022년 1분기 정기), '터키 법인 로열티율 인상'(2022년 2분기 정기), 'ESG 위원회 설립/미국 앨라바마 법인 자금거래계약'(2022년 3분기 정기), 'ESG 위원회 위원 선임'(2022년 4분기),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일부 취소/EFP 사업부 인수금융 차환'(2023년 1분기 정기), '보상위원회 위원 선임'(2023년 2분기 정기) 등이 대표적이다.
상장 주식회사 이사들의 이사회 출석률은 주주가치는 물론, 기업가치와 실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화두가 된 ESG 경영 차원에서도 그렇다. 특히 사모펀드(한앤컴퍼니)가 대주주로 있는 한온시스템에서 한 이사가 맡고 있는 기타비상무이사는 투자자인 대주주 입장에서 기업에게 필요한 조언과 자문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한 이사는 본연의 업무를 게을리한 셈이다.
실제로 2023년 3분기 기준 한온시스템은 영업이익 202억8745만 원, 당기순손실 423억6793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고, 순손익은 적자전환한 것이다.
실적 부진 문제를 떠나서도, 한상원 이사의 부재로 인해 현재 한온시스템의 의사결정 구조는 금이 간 상태로 여겨진다. 한 이사가 출석하지 않는 동안 한온시스템 이사회는 한앤컴퍼니 회장이자, 한온시스템 이사회 의장인 윤여을 의장(출석률 100%)의 독단적 지휘 아래 운영된 눈치다. 실제로 한 이사의 미출석 기간에 한온시스템 이사회 내 사외이사들과 윤 의장은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으며, 이 기간 동안 또 다른 대주주 측인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 관계자들도 이사회에 대거 불출석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상원 등 한앤컴퍼니 관계자들의 경우 사모 투자사이다 보니 여타 다른 일정이 있어서 불가피하게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했을 수 있다"면서도 "회사가 매각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고, 실적도 좋지 않은데 이사회 출석률이 저조하다는 건 ESG 경영 등 측면에서 문제 삼을 소지가 상당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