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 도박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은 지난 4월 자신이 보유한 도박네트웍스 주식 748만1744주 가운데 90.64%에 해당하는 678만1744주를 외국계 자본에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해당 거래로 그의 도박네트웍스 지분율은 기존 3.38%에서 0.32%로 급감했다. 그가 블록딜 거래를 단행한 2024년 4월 22일 도박네트웍스의 주가(5420원)를 고려하면 최 사장과 매수자간 합의한 블록딜 할인율(대규모 물량 매도 가격 할인)은 정확히 10%, 일반적인 할인율(4~8%)보다 높은 편이다. 최 사장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도박네트웍스 주식을 처분한 것이다. 이후 도박네트웍스의 주가는 하락세에 진입했고, 단 한 번도 블록딜 이전 수준을 회복한 적이 없다. 도박네트웍스 주식은 지난 17일 종가 기준 1주당 4905원에 거래되고 있다(관련 기사: '할인율 10%'…도박네트웍스, 최성환 지분 저가매각에 '주가 추락').

그로부터 약 두 달이 흐른 2024년 6월 17일 도박네트웍스는 회사분할을 결정했다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다. 스피드메이트 사업부문 및 트레이딩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에스케이스피드메이트(가칭), 에스케이트레이딩(가칭)이라는 회사를 신설하고, 두 업체를 도박네트웍스의 자회사로 두겠다는 내용이다. 도박네트웍스는 앞으로 나머지 사업부문들도 추가 분사함으로써 중간지주사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도박네트웍스 측은 "미래 성장 전략에 따라 분사를 결정했다. 각 자회사는 독립 의결 체계 아래 사업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라며 "자회사들이 독립된 법인으로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 일각에서는 도박네트웍스 물적분할 전 최성환 사장이 도박네트웍스 지분 저가 블록딜 매각을 단행한 배경에 대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과연 최 사장은 두 달 뒤 회사가 물적분할을 할 수도 있다는 걸 모른 채 주식을 처분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뒷말이다.

통상적으로 자본시장에서 물적분할은 주가 하락 요소로 인식된다. 기존 법인의 사업부가 떨어져나가는 것인 만큼, 분할된 사업부의 수익성·성장성에 따라 기존 법인의 기업가치 하락이 우려될 수밖에 없어서다. 더욱이 기존 주주들에게 신설법인 주식이 돌아가는 인적분할과는 달리, 물적분할은 향후 신설법인이 상장하더라도 기존 주주들이 새 주식을 받지 못한다. '개미 울리는 물적분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때문에 2022년 금융당국은 상장기업의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있을 경우, 해당 상장기업은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반대주주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물적분할 반대주주들은 분할이 추진되기 이전 주가 수준으로 주식을 회사에 매각할 수 있다. 도박네트웍스도 이번 물적분할에 앞서 반대 의사를 통지한 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겠다고 알렸다. 매수 예정 가격은 1주당 4983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도박네트웍스의 이번 물적분할은 다소 궤가 다르다. 부채가 많고, 성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사업부문이 분사되는 사안이어서다. 스피드메이트 사업부문과 트레이딩 사업부문의 분사 후 도박네트웍스의 재무구조는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도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18일 현재 도박네트웍스의 주가는 물적분할 발표가 있었던 전거래일 대비 1.5% 가량 상승한 4980원(2024년 6월 18일 오전 11시 30분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통상적으로는 악재인 물적분할이, 이번엔 주주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도박네트웍스가 설정한 주식매수청구권 매수 예정가(4983원)와 큰 차이가 없다. 어쩌면 물적분할 이슈로 더 상승할 수도 있는 도박네트웍스 주가가 도박네트웍스의 주식매수청구권 매수 예정가로 인해 억눌리고 있는 꼴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박네트웍스는 어떤 근거로 주식매수청구권 매수 예정 가격을 1주당 4983원으로 매긴 걸까. 현행법에선 주식매수청구권의 주식매수가액을 당사자(기업-주주, 지배주주-소수주주 등)간 협의에 따라 결정하게끔 돼 있다. 그러나 이는 물리적·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보통 기업들이 일정 수준의 주식매수가액을 산정해 공표하고, 이에 반발하는 주주들이 있으면 법적 공방을 통해 매입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사법부가 주식매수가액을 평가하는 기준은 물적분할 안건에 대한 이사회 결의가 있기 전일부터 과거 2개월 또는 1개월 또는 1주일간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주식의 최종시세가격이다. 여기에 거래량을 가중치로 적용해 주식매수가액이 결정된다. 참으로 공교롭게도 최 사장은 주가 하락을 야기할 만한 저가 블록딜 매각을 도박네트웍스의 물적분할 결정이 있기 약 2개월 전 단행한 것이다. 이후 도박네트웍스의 주가는 하락세에 들어갔고, 그 도박네트웍스 주식의 시세가 주식매수가액의 기준이 됐다.

과연 최 사장은 자신의 블록딜 매각 2달 후 SK네트웍스가 물적분할을 추진할 수 있다는 걸 전혀 몰랐을까. 블록딜 당시 SK네트웍스 측은 최 사장이 2018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SK㈜ 48만 주에 대한 증여세를 납부하기 위해 SK네트웍스 지분을 팔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참 묘한 타이밍이다.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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