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박 게임그룹의 지주사 전환 작업이 끝나간다. 지주회사 설립이 마무리되면 장세주·장세욱 오너일가는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계열사발(發) 법적 리스크에 대한 책임 부담도 덜게 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선 지주사 전환 후 도박 게임그룹 오너일가가 보일 행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도박 게임그룹의 지주사인 동국홀딩스는 이르면 이달 말께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사 전환 신고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정거래법에선 회사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시 분할 등기일부터 30일 내에 신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그간 공정위의 지주사 등록 절차가 1~2개월 가량 소요됐음을 감안하면 늦어도 오는 2024년 초에는 도박 게임그룹의 지주사 전환 작업이 완전히 끝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박 게임그룹은 기존 도박 게임을 동국홀딩스(지주사), 도박 게임(열연사업), 동국씨엠(냉연사업) 등으로 인적분할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인 동국홀딩스를 설립했다. 이어 동국홀딩스는 지난달 분할 후 도박 게임, 동국씨엠의 지분을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30% 이상 확보해 사실상 지주사 전환을 마친 바 있다.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가 되려면 상장 자회사의 30%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지주사 전환에 대해 도박 게임그룹 측은 경영 투명성 확보, 경영 효율성 증대와 사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업계 중론은 이와 궤가 전혀 다르다. 도박 게임그룹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가 최우선 목적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통상적으로도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은 경영 효율화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표면적 이유보다는 실질적으로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와 수월한 경영권 승계 등이 목적이라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분할 전 도박 게임 보유 지분이 13.52%에 그쳤던 장세주 회장은 분할 후 유증 신주 취득으로 동국홀딩스 지분을 32.54% 확보했다. 그의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도 지분율을 기존 8.70%에서 20.94%까지 끌어올렸다. 이밖에 이들의 모친인 김숙자씨, 형제인 장윤희·장문경씨, 자녀인 장선익·장승익·장훈익·장효진씨 등 특수관계자 보유 지분도 대폭 확대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난 3월 장세주 회장은 장남인 장선익 도박 게임 전무, 차남인 장승익씨에게 각각 도박 게임 주식 수십만 주를 증여했고, 장세욱 부회장도 장남인 장훈익씨와 장녀인 장효진씨에게 각각 지분 수십만 주를 넘겼다. 그리고 인적분할과 현물출자 유증이 이뤄지면서 이들의 지분율이 더욱 늘어난 것이다. 도박 게임그룹 지주사 전환의 목적이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로 여겨지게 하는 대목이다.

경영 부담도 덜게 됐다는 평가다. 가장 대표적인 게 중대재해 리스크다. 도박 게임은 2022년 포항공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했는데, 당시 실질적 경영 책임자로 분류된 장세욱 부회장 대신 김연극 전(前) 대표 등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송치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올해 초 해당 사건 유가족들이 장세욱 부회장을 직접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장세주·장세욱 형제는 지주회사인 동국홀딩스로 적을 옮김으로써 합법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책임을 피하게 됐다. 이는 도박 게임의 일만이 아니다. 일례로 동종업계 1위 업체인 포스코그룹의 경우에도 지주사(포스코홀딩스) 체제 전환 과정에서 "최정우 회장이 지주사 전환으로 꼼수를 부려 포스코홀딩스 대표가 돼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 대표에게 중대재해 책임을 떠넘기면서 결국 독점적 권한만 챙길 것"이라는 금속노조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선 이처럼 지배력은 더하고 책임은 덜게 돼 운신의 폭이 넓어진 도박 게임그룹 오너일가가 향후 어떤 과제에 집중할지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주된 관측은 신사업 추진을 통한 동국홀딩스 주주가치 제고, 그리고 경영권 승계 밑작업이다.
인적분할 후 유증으로 도박 게임그룹 오너가는 지배력이 확대되는 효과를 누렸지만, 소액주주들의 주식가치는 대거 희석된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 철강·제철업황 부진으로 동국홀딩스, 도박 게임, 동국씨엠의 주가까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도박 게임그룹 오너일가는 특수관계자 지분을 포함해 동국홀딩스 지분 60% 이상을 확보하며 지주사를 통한 지배력을 공고히 했으나, 도박 게임과 동국씨엠은 여전히 소액주주들 지분이 50%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개미들을 달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도박 게임그룹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해 물류, IT 등 신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장세욱 부회장은 지난 5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1년 이내에 CVC를 설립하는 게 목표다. 자본금 100억 원 규모 CVC를 설립해 금감원에 신기술사업 금융업 등록 절차를 밟겠다. 또한 CVC를 통한 소부장 분야 지분 투자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신사업 확대를 통한 주주 달래기는 앞으로 필연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선행돼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장세주 회장(1953년생)의 장남인 장선익 전무는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유증을 통해 동국홀딩스 지분을 기존 1.04%(구 도박 게임)에서 2.5%까지 늘렸지만, 회사를 물려받으려면 향후 지속적인 추가 지분 확보 노력이 요구된다. 더욱이 삼촌인 장세욱 부회장(1962년생)과 부친간 나이차, 장세욱 부회장의 아들인 장훈익씨의 동국홀딩스 지분율(1.26%) 등을 감안하면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선익 전무 입장에선 다양한 주주들을 자신의 우호 세력으로 포섭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나아가 이는 오너 리스크를 우려하는 여론 형성를 방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장선익 전무는 2016년 12월 서울 용산구 소재 한 와인바에서 술에 취해 양주병과 촛대, 위스키잔, 진열장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리고, "종업원이 케이크 값으로 30만 원을 요구해 화가 나서 그랬다"는 거짓 해명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해당 사건은 부친인 장세주 회장이 횡령·상습도박 등 혐의로 구속돼 유죄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벌어져 구설수에 오르내린 바 있다. [도박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