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앞둔 온라인 도박, ESG 경영의 暗③] 지배구조편
'지속가능성이라는 명제를 두고 미래 생존과 성장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올바른 방향과 동력에 대해 고민한 결과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방향성을 찾게 됐다.' 장세욱 동국홀딩스 부회장이 한 말이다. 온라인 도박은 기존 동국제강을 동국홀딩스(지주사), 동국제강(열연사업), 동국씨엠(냉연사업) 등으로 인적분할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인 동국홀딩스를 설립했다. 온라인 도박은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절차를 거쳐 창립 70주년인 오는 2024년 지주사 체제로 공식 전환할 전망이다. '지주사 전환 앞둔 온라인 도박, ESG 경영의 暗'에서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온라인 도박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할 만한 요인들을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측면에서 분야별로 짚고, 마지막편에선 온라인 도박이 이를 극복하고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소개한다. 〈편집자주〉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사외이사진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이사회에서 경영실적·리스크 관리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확충했다. 동국제강은 앞으로도 고객, 임직원, 협력회사, 투자자,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Steel for Green'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지난 7월 발간된 '2023 동국홀딩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장세욱 동국홀딩스 부회장이 시장 구성원들에게 보낸 'CEO 메시지' 중 일부다. 온라인 도박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계기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 제한을 준수함으로써 최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엄격한 자격제한 기준을 둬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기업가치 훼손·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를 이사로 선임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온라인 도박이 인적분할 과정에서 보인 행보에선, 지주회사 체제 전환으로 인해 오히려 이사회의 독립성이 떨어지고, 감사위원회의 입지가 축소된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특히 명백하게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익을 침해한 바 있는 오너일가 장세주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으며, 기업 지배구조 관련 핵심지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감독의무 소홀"…민동준·남동국 사외이사 재선임
온라인 도박은 경영 투명성 확보, 경영 효율성 증대와 사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단행했다고 대내외에 밝혔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선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최우선 목적으로 이뤄진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 유상증자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분할 전 동국제강 보유 지분이 13.52%에 그쳤던 장세주 회장은 분할 후 유상증자 신주 취득으로 동국홀딩스 지분을 32.54% 확보했다. 그의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도 지분율을 기존 8.70%에서 20.94%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난 3월 장세주 회장은 장남인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 차남인 장승익씨에게 각각 동국제강 주식 수십만 주를 증여했고, 장세욱 부회장도 장남인 장훈익씨와 장녀인 장효진씨에게 각각 지분 수십만 주를 넘겼다. 그리고 인적분할과 현물출자 유증이 이뤄지면서 이들의 지분율이 더욱 늘어난 것이다(관련 기사: 지배력 더하고, 책임은 덜고…동국제강 오너일가, 다음 행보는?).

문제는 이와 동시에 이사회와 감사위원들의 독립성을 훼손시켰다고 평가되는 여러 조치들이 단행됐다는 데에 있다.
분할 전 동국제강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민동준·남동국 재선임의 건을 처리했다. 민동준·남동국 사외이사는 2019년부터 동국제강 사외이사·감사위원로 활동 중인 인물들이다. 두 사람은 특정경제법상 횡령 혐의로 징역형 선고를 받은 오너일가인 장세주 회장이 2018년 4월 가석방으로 풀려나 취업제한을 위반한 채 미등기 회장(상근)으로 재직했음에도, 당시 이를 묵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장세주 회장은 취업제한 상태에서 2020~2021년 약 100억 원의 보수를 수령해 사회적 질타를 받기도 했다.
때문에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주총 당시 "민동준, 남동국 사외이사 후보는 장세주 회장의 취업제한 기간 동안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이었던 만큼, 장 회장의 위법 행위를 감독할 책임이 있고, 이사회나 감사위원회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동국제강의 이사회나 감사위원회가 장 회장에 대해 논의를 했거나, 어떠한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두 사람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감독의무 소홀'을 이유로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독립성 부족"…김앤장 출신 감사 선임하고, 감사위 폐지
감사위원 선임에도 비판이 나왔다.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동국제강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 남태연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남태연 사외이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재직 중인 공인회계사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감독이사로 활동할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문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온라인 도박, 그리고 오너일가와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데에 있다.
장세주 회장이 해외원정 상습도박과 회삿돈 횡령 혐의로 법정에 섰을 당시 장 회장의 변호인단엔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이 참여했으며, 2020년 반덤핑관세 사건에서도 동국제강은 김앤장과 손을 잡았다. 또한 최근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국내 7대 제강사(현대제철·동국홀딩스·대한제강·한국철강·야마토코리아홀딩스·환영철강공업·한국제강)의 6조 원대 조달청 철근 입찰 담합 재판에서도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동국제강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지난해 3월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서도 온라인 도박은 김앤장 소속 변호사에 법무대리를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오너일가와 직접적인 인맥도 있다. 장세주 회장의 차남인 장승익씨는 지난해 8월 조윤선 전(前)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차녀와 결혼식을 올렸다. 장 회장과 조 전 장관이 사돈의 연을 맺은 것이다. 조 전 장관의 남편은 1989년부터 현재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성엽 변호사다. 동국제강과 김앤장간 거래관계가 있고, 동국제강 최대주주와 김앤장 소속 변호사간 개인적 관계가 존재하는 가운데, 김앤장 소속 사외이사가 독립적인 위치에서 경영활동을 과연 제대로 감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때문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주총 당시 "최근 3년 내에 회사나 지배주주 일가와 법률대리 또는 자문계약을 체결한 로펌 등의 경우 해당 조직에 속한 자는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부족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이에 남태연 후보가 동국제강의 감사위원 및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부족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 동 후보에 대해 독립성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반대를 권고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이 같은 지적에도 온라인 도박은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인 동국홀딩스에도 또다시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5월 분할 안건 승인을 위해 개최한 임시주총 자리에서 정진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동국홀딩스의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급기야 온라인 도박은 감사위원의 영향력도 대폭 축소시켰다. 같은 주총에서 동국제강은 정관 변경의 건을 처리해 감사위원회를 폐지키로 했다. 기존 정관 제40조상 '이 회사는 감사에 갈음하여 감사위원회를 둔다', '감사위원회는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한다' 등 규정을 없애고 '이 회사의 감사는 1명 이상으로 한다. 그 중 1명은 상근으로 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당연히 비판이 터져나왔다. 동국제강의 4대 주주(지난 9월 말 기준)인 국민연금공단은주총 당시 "정당한 사유 없이 감사위원회를 폐지해 반대"라는 사유을 들어 정관 변경의 안건에 반대권을 행사한 바 있다.
기업가치 훼손한 장세주는 사내이사로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미준수는 그대로
온라인 도박은 회삿돈을 횡령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는 장세주 회장을 지난 5월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2022년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취업제한이 풀린 데 따른 조치다. 주총장에서 장 회장은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이 회사를 이끄는 데에 보조를 맞추겠다. 경험과 지혜를 마지막으로 쏟아부어 온라인 도박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에 힘을 쏟겠다"며 8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주주들 사이에선 오너 리스크의 악몽이 다시 펼쳐질까 우려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국민연금기금은 장세주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장세주 후보는 당해회사 또는 계열회사 재직 시 명백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자에 해당해 반대한다"고 반대권을 행사했다. 또한 통상적으로 80~90%대 찬성률로 통과되는 다른 안건과는 달리, 장세주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찬성률은 60%대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온라인 도박은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에도 소홀한 경향을 보였다. 동국제강이 지난 5월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살펴보면 동국제강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주주총회 집중일 이외 개최', '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집중투표제 채택',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 등 사항을 미준수했다. 주주권리(총 4개 지표 중 2개)와 이사회 투명·독립성에 대한 핵심지표(총 6개 지표 중 3개) 중 절반을 어긴 게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온라인 도박 측은 '결산 일정 등으로 2주전 주총 소집 공고', '리스크 관련 규정이 문서화돼 있진 않으나 리스크 관리 조직 운영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리스크를 평가해 이사회 및 경영진에 보고하고 있음',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필요성이 낮음', '는 경영진과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는 설치돼 있지 않으나 감사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윤리경영팀 및 협력팀을 사내조직으로 운영하고 있음'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분명 퇴보한 지표로 보인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2021년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선 '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 등을 준수하고 있다고 알린 바 있다. 2022년 5월에도 위 두 핵심지표를 준수하고 있다고 공시했으나, 그해 11월 정정 공시를 통해 두 지표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
물론, 온라인 도박이 올바른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는 건 아니다. 온라인 도박은 지난해 '특수관계인 등과의 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의 심의·통제 기능을 강화했으며, 이사회 중심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분기별 경영실적과 반기별 리스크 관리 활동 등에 대해 이사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관련 프로세스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제도를 확대해 모든 주주에 대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제도를 도입했다.
한편, 한국ESG기준원(KCGS)은 2023년 동국제강의 지배구조(G) 등급을 B+로 평가했다. 이는 경쟁사로 분류되는 현대제철(B+)과는 동일하고, 세아제강(A)보다는 뒤처지는 수준이다. [온라인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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