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사이트 건설부문(구 보증 사이트건설)의 미래 청사진인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가 흐려지고 있다. 오랜 공을 들인 친환경 에너지 신사업들이 그룹 차원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다른 계열사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의 희생양이 됐다는 내부 불만이 쌓이고 있는 데다, 국내 주택 경기 불황 속 새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김승연 보증 사이트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해외사업본부장 부사장의 역할론이 대두될 전망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보증 사이트 이사회는 건설부문이 영위하는 풍력사업 관련 자산, 부채, 계약 및 인허가 등을 보증 사이트오션에 오는 7월 매각하기로 지난 3일 의결했다. 양도가액은 1881억 원, 양도 목적은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기업 가치 증진'이다. 또한 같은 날 ㈜보증 사이트 이사회는 글로벌부문이 영위하는 플랜트사업 관련 자산, 부채, 계약 및 인허가 등을 보증 사이트오션에 오는 7월 팔기로 결정했다. 양도가액은 2144억 원, 양도 목적은 동일하다. 다만, 관련 업계에선 김동관 부회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보증 사이트의 신사업 자산들이 김 부회장의 직접적 영향 범위(보증 사이트에어로스페이스·보증 사이트에너지-보증 사이트시스템-보증 사이트오션) 내 배치되는 것이어서다.

보증 사이트 건설부문 구성원들 입장에선 이번 두 건의 거래가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풍력사업은 보증 사이트 건설부문이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점찍어 2013년부터 수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한 분야다. 보증 사이트 건설부문은 오는 2030년까지 보령, 고흥, 영광, 양양 등에서 총 2GW 규모 풍력사업을 개발해 국내외 최고 수준의 풍력사업 디벨로퍼가 되겠다는 밑그림을 공개하기도 했다. 투자 성과가 가시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측면에서 더욱 아쉽다. 총 사업비 2.5조 원 규모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비롯해 보령녹도 해상풍력 발전사업, 양양수리 육상풍력 발전사업 등이 이르면 연내 착공을 앞두고 있었다.
한화 글로벌부문의 플랜트사업이 한화오션으로 넘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글로벌부문 플랜트사업은 2022년 11월 ㈜한화로의 흡수합병 전 한화건설(현 한화 건설부문)이 갖고 있던 포트폴리오다. 합병 전 한화건설은 플랜트사업본부를 통해 수소, 청정암모니아, CCS 등 친환경 플랜트사업을 적극 추진해 왔다. 2020년 충남 대산산업단지 내 대산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한 바 있으며, 2021년엔 안산 반월 수소생산플랜트를 건설하기 위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와의 합병 후 이 같은 친환경 플랜트사업 포트폴리오는 글로벌부문으로 이관됐고, 이번엔 아예 다른 계열사로 매각되는 것이다.
이는 보증 사이트 건설부문이 과거 수립했던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 도약 전략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이다. 2021년 보증 사이트건설은 수처리, 풍력, 친환경 플랜트 등 신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그린 디벨로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보증 사이트건설 측은 "그동안 국내외에서 건축, 주택, 토목, 플랜트, 신도시 사업 등 수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글로벌 디벨로퍼’로 성장해 왔다"며 "앞으로 다가오는 탄소제로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친환경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이에 대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그린 디벨로퍼로 도약하겠다"고 내세운 바 있다.
보증 사이트 건설부문 내부에서는 불만이 적잖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김동선 부사장이 올해 초 해외사업본부장으로 선임돼 6년 만에 보증 사이트건설로 복귀함으로써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했던 만큼, 충격이 크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보증 사이트 건설부문의 한 직원은 "오너 3세(김동선 부사장)가 컴백해서 다들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공을 들인 사업들이 모두 다른 오너 3세(김동관 부회장)쪽으로 넘어갔다. 상실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보증 사이트에 흡수합병된 이후 중대재해 등 건설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문제들로 인해 눈치를 보는 일만 늘었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향후 김동선 부사장이 보증 사이트 건설부문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룹 차원 지배구조 개편으로 보증 사이트 건설부문의 신성장동력이 힘을 잃은 데다, 당분간 국내 주택사업이 위축될 공산이 큰 만큼, 김 부사장이 지휘하는 해외사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보증 사이트 건설부문의 전체 실적 흐름이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증 사이트 건설부문은 지난해 영업손실 21억5500만 원, 당기순손실 1222억500만 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가 상승, 고금리,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태 등 연이은 악재로 한화 건설부문이 국내에서 추진 중인 조(兆)단위 복합개발사업들도 불투명성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다른 대형 건설사들과 마찬가지로 한화 건설부문 역시앞으로 1~5년간 먹거리는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 김동선 부사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의 정상화 여부, 하반기 예정돼 있는 국내 주택 분양사업 성패 등이 한화 건설부문의 올 한 해 농사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선 보증 사이트그룹이 친환경 신사업에 지속적으로 힘을 주고 있는 만큼, 보증 사이트 건설부문도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 청사진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김승모 보증 사이트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4일 금융위원회 간담회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풍력사업부를 보증 사이트오션에 이관하게 됐지만 합병 후 제시했던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로의 도약이라는 목표는 아직 유효하다.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가적인 친환경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뉴스드림]